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1일 오후 2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교정시설 장애인 종사자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20년간 교정시설에서 근무해 온 장애인 공무원이 새로운 근무지 부임 뒤 한 달 만에 지속적 직장 내 괴롭힘과 차별을 겪고, 이에 대해 내부 상담과 신고를 했으나 오히려 성실의무 위반 및 명령 불복종을 사유로 직무 해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장애인·법률단체가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특히 형사사건 수사 권한만 있고 감찰 권한이 없는 특별사법경찰대가 감찰 조사에 나서 장시간 강압 조사를 벌이고 장애인의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책임만을 추궁한 것은 명백한 불법 감찰이며 보복성 조사라는 지적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11일 오후 2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교정시설 장애인 종사자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추련에 따르면 중증지체장애인 A씨는 교정시설에서 20년간 성실하게 근무해 왔으며 그 성과로 인해 우수성과와 다수의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2024년 9월 새로운 근무지에 부임하면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겪어야 했다.
A씨는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편의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자 결제가 가능함에도 다리가 불편한 신체장가 있는 자신에게 2층 사무실로 계단으로 올라와 대면결제를 하도록 강요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세상에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느냐.’, ‘비장애인처럼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 ‘동료 직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없느냐’ 등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으며 고유한 업무범위를 벗어나 신체적으로도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결국 과중한 업무로 인해 근무 중 넘어져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으나 입원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업무 지시를 받아야 했고, 당사자가 부재한 상황에 A씨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며 주변 직원들에게 A씨의 업무능력을 평가 절하하는 진술을 강요하는 등 부당하고 차별적인 조치를 반복했다는 것.

11일 오후 2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개최된 ‘교정시설 장애인 종사자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인영 변호사.©에이블뉴스
이 모든 상황이 새로운 근무지에 부임한지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로 A씨는 이에 대해 내부 고충 상담, 부당처우로 신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오히려 성실의무 위반과 명령 불복종을 문제 삼아 내부 감찰이 개시돼 특별사법경찰대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인영 변호사는 “A씨가 겪은 일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자 직장 내 괴롭힘이다. 특히 감찰을 담당한 특별사법경찰대는 형법상 범죄 행위에 대해 수사할 권한만 있고 감찰의 권한은 없음에도 공무원법 위반이라는 범죄 행위가 아닌 사실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특별사법경찰대 53일간 당사자를 장시간 조사하고 입원한 상태임에도 조속한 퇴원을 강제했으며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실로 불러 휴일 포함 6일 동안 하루 11시간이 넘는 강압적인 심문을 반복했다”며 “이 과정에서 장애의 특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으며 적절한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당사자에게 일방적인 책임 추궁만이 이어졌다. 이는 권한 없는 불법 감찰이며 보복성 강압 심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아울러 “장애로 인한 편의 제공 요청 직후 감찰 조사, 징계가 연속적으로 진행된 점은 명백한 보복성 조사이며 이는 공무원 사회에서 장애인이 문제 제기를 할 때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심각한 사례다”라고 덧붙였다.

‘장애 특숭 무시한 업무지시 규탄한다’ 피켓. ©에이블뉴스
조 변호사는 “또한 당사자가 혼자 외롭게 고통을 받을 동안 법무부에는 장애인 공무원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법무부 어디에도 당사자의 얘기를 들어줄 기관이나 부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 공무원이 차별을 문제 삼으면 오히려 처벌과 조사를 받는 구조적인 인권 침해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이 사건은 당사자가 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무부 보통 징계 심의위원회에 회부돼 있고 당사자는 직무해제를 받은 채 10개월 동안 업무에서 배제돼 있다”며, “법무부는 더 이상 징계 심의를 미루지 말고 장애인 공무원의 권리를 보장하는 공정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A씨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조인영 변호사는 법무부에 ▲위법한 감찰 조사·징계 절차 즉각 중단 ▲권한 없는 특별사법경찰대의 A씨에 대한 모든 조치 재검토 ▲사건 전반에 대한 철저한 외부 조사 및 책임자 문책 ▲장애인 공무원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 ▲차별 및 괴롭힘 방지 체계 구축 ▲향후 교정시설 내 장애인 종사자에 대한 보호 체계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서울장애인여성인권연대 박지주 대표는 “장애인 노동자를 보호하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고려를 해야 할 교정시설이 오히려 장애인 노동자를 처참히 짓밟기 위해 구조적으로 움직였다. 성실하게 업무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이유로 공격하고 괴롭히며 인권침해를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사자가 그 동안 혼자서 얼마나 무섭고 억울했을까 통탄스럽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라며 “죄 없는 장애인 노동자를 당장 제자리로 돌려놔라. 장애인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노동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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