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5개 단체는 22일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10년 전 ‘염전노예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4년 노동력착취 사실이 확인된 피해 장애인은 2024년까지 노동력 착취를 당했고, 가해자에게는 임금체불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고작 벌금 300만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이에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5개 단체는 22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고 죄에 상응하는 정의가 실현되기 바란다며 대검찰청 민원실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A씨는 1998년 실종 이후 신안군 염전으로 유입돼 염전이 폐업된 2024년 10월까지 노동력 착취를 당했다.
가해자 일가는 대를 이어 노동력을 착취했고 2014년 장애인 염전 노동착취, 일명 ‘염전노예사건’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을 때 장애인에 대한 노동력착취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4년에도 A씨는 노동력착취 사실이 확인됐지만, 그는 학대의 현장을 탈출하지 못했다. 또한 당시 가해자에 대한 선고가 다른 장애인에 대한 노동력 착취로 인한 판결이기에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에도 실패했다.

22일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법무법인 DLG 공익인권법센터 김강원 부센터장. ©에이블뉴스
법무법인 DLG 공익인권법센터 김강원 부센터장은 “2014년 당시 활동했던 기관에서 염전노예사건을 담당했다. 피해자의 이름을 듣고 얼굴과 당시 대화했던 내용의 일부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A씨는 현장에서 분리돼 경찰에서 면담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피해자에 대한 분리조치나 후속 조치에 대한 법적 조치가 없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다수 피해자들을 이제는 정식적인 제도화된 피해장애인쉼터 등이 아니라 인근 노숙인 시설로 모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시설은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하지 못해, 당시 피해자를 분리했으나 가해자가 접근해 A씨를 다시 염전으로 데려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2014년 염전노예사건 이후에도 가해자 일가는 피해 장애인에 대한 착취를 계속 이어갔고 2023년 8월 신안군의 일제단속에 발견돼 신안군은 신안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신안경찰서가 수사를 시작한 2023년 8월부터 염전이 폐업된 2024년 10월까지도 피해 장애인은 학대의 현장을 벗어나지 못한 채 착취를 당해야 했다.
검찰은 노동청으로부터 임금체불 근로기준법위반으로 송치받은 이후 이 사건을 장애인 노동력 착취로 식별하지 못한 채 그저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기소했고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결국 가해자는 벌금 300만원, 집행유예 1년이라는 판결을 선고받았으며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신안경찰서는 2024년 4월 피해 장애인의 통장을 가해자가 보관하고 가해자 마음대로 인출한 점과 이전 범죄전력을 확인해 구속영장신청을 했지만, 검찰은 이를 기각했고 2024년 6월 이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1년 4개월 동안 피해장애인의 거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건처리를 지연하고 있다.
이에 법률대리인단과 사회단체는 이 사건에 대한 처분을 검찰 스스로 맡겨 놓을 수 없다는 피해 장애인과 가족들의 뜻을 모아 검찰수사심의원회 소집신청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수사심의원회는 대검찰청 산하의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와 기소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외부 기구다.

22일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법무법인 원곡 임한결 변호사. ©에이블뉴스
법무법인 원곡 임한결 변호사는 “제가 진행 한 모든 장애인 학대 사건에서 검찰이 보안 수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2021년 2차 염전노예사건 당시에는 준사기뿐 아니라 많은 죄가 적용됐고 염전이 일가가 운영한 것이기에 일가족이 모두 기소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2차 염전노예사건과 비교해도 매우 불성실하게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가해자는 염전을 폐지하며 피해자를 요양병원에 맡겨버렸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2024년 6월 이 사건을 송치받았지만, 2025년 3월 18일이 돼서야 피해자 참고인 조사 추가로 실시한 이후 아무것도 안하다가 기자회견을 한다니까 오늘 아침에서야 피해자 조사를 하겠다고 연락을 주었다. 이제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에만 맡길 수 없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남은 여제를 모두 해소하고 가해자 일가를 모두 기소해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함께걸음 미디어센터 김영연 센터장은 ““2014년과 2021년 염전노예사건 당시 신안군도, 경찰도, 검찰도, 국가도 모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장애인이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인금체불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린 것이다. 가해자는 겨우 300만 원 벌금을 선고 받고 집행유예를 받아 자유롭고 피해자인 A씨는 여전히 당시의 기억으로 고통받고 고립돼 있다. 이제는 정말 끝내야 한다. 염전노예사건이라는 국가적 수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제대로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률대리인단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신청서를 ‘검찰수사심의워원회 운영지침’에 따라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에 제출했다. 다만 이와 별도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제1항 제5조에 따라 ‘기타 검찰총장이 위원회에 부의하는 사항’에 의해 검찰총장이 직접 위원회에 부의할 수 있기에 대검찰청에도 소집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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