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부터 배제되고 격리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팔을 묶은 채 행진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의 모습. ©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정신질환자 복지의 패러다임이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정신질환자들은 장애인 복지와 정신건강 복지의 경계에 갇혀 자립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제도적 공백을 메우고 지역사회의 돌봄 책임을 함께 나누기 위한 ‘정신질환자 주간활동서비스’ 모델이 제안됐다. 이 모델은 일상 회복과 정서 지원, 사회적 관계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최근 ‘정신질환자 주간활동서비스 도입방안 연구’(연구책임자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정책연구팀 조윤화 팀장)를 발간했다.

장애·정신건강 양 체계에서 모두 외면당하는 정신질환자

국제적으로 2006년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이후 정신질환자 지원의 패러다임이 정신의료기관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회복과 사회통합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2021년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서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통합과 지역사회 기반 재활 프로그램 및 인프라 개선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수요자 중심형’(consumer-directed) 서비스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며 정신질환자의 자립과 사회적 참여를 지원하는 주간활동서비스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는 정신건강 분야와 장애인복지 분야 간의 이중적 거버넌스 문제로 인해 정신장애인들이 직업 및 자립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명시하고 있으나,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 2021년 정신장애인을 보편적 장애인 서비스에서 제외하던 장애인복지법 제15조 조항이 삭제됐음에도 정신장애인들은 양 체계에서 모두 자립 및 복지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 모두 정신질환자의 자립과 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돼 있어 자립과 복지 지원의 체계적인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의료 및 재활 중심의 체계로 인해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가 부족하고 정신건강증진시설 대부분이 의료기관에 집중돼 있으며 지역사회 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는 정신재활시설과 주간활동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 정신질환자의 비자의 입원률은 2023년 기준 36.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주간활동서비스 부재로 인해 가족의 돌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는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고 일상적 활동과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다.

정신질환자 주간활동서비스 추진 방향.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신질환자 주간활동서비스 추진 방향. ©한국장애인개발원

주간활동 이용·동료 지원·1인 집중 지원 서비스 ‘정신질환자 주간활동서비스 모델’

주간활동서비스는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일상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유지하며 사회적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또한 서비스의 이용자 중심 전환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자립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 고립과 가족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이번 연구는 국내·외 정신질환자 장애인 대상 서비스 현황을 분석하고 국내 정신질환자 및 장애인 대상 유사 서비스 내용 및 운영 사례를 분석·검토해 정신질환자 주간활동서비스 도입계획안을 마련 하고자 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정신질환자 주간활동서비스 모델 사업의 정책 대상자는 정신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의 정책대상자는 만 18세 이상의 장애인복지법 상 정신장애인 및 정신건강복지법의 정신질환자다.

서비스 제공 우선순위는 첫째 등록 정신장애인, 둘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서 또는 진단서 발급(정신건강복지법) 가능한 자, 셋째 그 외 정신질환자로서 다음의 서비스 적격여부 판정에 따라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이다.

제공기관은 시설 및 인력 기준을 갖춘 기관 대상이며 제공 시간은 평일 월요일~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인 지원형(월 44시간), 기본형(월 88시간), 확장형(월 132시간) 3가지 유형으로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한다.

서비스는 이용자가 수급 자격을 받아 원하는 지역 내 주간활동 제공기관에 등록해 소그룹을 구성하고 제공기관 및 외부 협력 기관을 통한 주간활동 이용, 자립 지향(자립생활 기초) 유형과 참여 지향(자립생활 지원) 유형으로 구분한 프로그램 자율 구성, 동료 지원 및 상담, 1인 집중지원 서비스(초기 단계) 등이다.

정신장애인 관계성 확장 및 사회성 발전 ‘자립지향 활동·참여지향 활동’ 프로그램

프로그램은 ‘자립지향 활동’(자립생활 기초)과 ‘참여지향 활동’(자립생활 지원)으로 나뉜다. 자립지향 활동은 자립생활의 기초를 구축하기 위한 활동으로 정신장애인 자립의 심리·정서적 토대를 만드는 과정을 지원한다.

자립지향 프로그램은 동료 인력에 의한 지지를 통해 자신의 대안적 이미지와 삶의 주체로서의 행위자성 발달을 지원하도록 구성돼야 한다.

자립지향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은 동료지원가가 자신의 회복 경험을 바탕으로 이용자의 삶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함으로써 정서적 지지와 유대 경험을 제공하는 활동인 ‘동료 상담’과 느슨한 방식의 대화모임으로 사회관계에 익숙해지는 경험을 제공하고 관심 주제를 나누고 어울리는 사회참여 활동 및 사회성 발달 촉진하는 ‘놀이터’ 등이 있다.

참여지향 활동은 정신장애인이 건강, 여가문화, 일, 시민의식, 자기옹호 등 여러 삶의 영역에서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이 고립되고 소외된 채 방치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타인과 만나 일상을 나누고 공동 관심사를 개발하고 추구하는 등 사회참여를 위한 플랫폼의 존재가 중요하다.

프로그램 예시로는 장애인 일자리 등 관련 직무에 대한 교육 ‘직업지원’, 건강관리·건강행동 교육 및 실천 지원을 통한 건강리터러시 향상 ‘건강증진’ 인권·사회권·성·정보·안전·질병 등 영역에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 증진 ‘사회교육’, 음악·미술·체육·생태 관람·창작·수행 ‘여가문화 체험’, 자조모임·동아리·독서모임·동료방문 등 ‘자기옹호 활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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