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서 제출. ©한국폼페병환우회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발성과 자필 서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단체 계좌 정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장애 특성을 고려한 대체 본인확인 방법을 제공받지 못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한국폼페병환우회(공동대표 장유미·김동호)는 지난 7일 A은행을 방문해 단체 계좌의 주소·전화번호·대표자 정보 변경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당했다며, 다음날인 8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한국폼페병환우회는 폼페병 환자와 가족으로 구성된 비영리 환자단체로 비장애인 간호사 장유미 공동대표와 중증와상 상태의 장애인 김동호 공동대표가 함께 단체를 이끌고 있다. 김 공동대표는 기관절개로 음성을 낼 수 없고 사지 근육마비로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한국폼페병환우회에 따르면 해당 은행은 계좌 정보 변경을 위한 본인확인 방법으로 ‘유선통화를 통한 음성 확인’과 ‘자필 서명이 된 위임장’을 요구했다.

이에 김 공동대표의 장애 특성상 음성 확인과 자필 서명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앞서 행정기관에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활용했던 영상통화를 통한 본인확인이나 전자서명 등 대체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하며 별도의 대체 절차를 안내하지 않았다.

반면 동일한 업무를 위해 방문한 다른 금융기관에서는 담당 직원으로부터 대체 절차를 안내받았다는 설명이다.

한국폼페병환우회는 이번 사안이 개별 금융기관의 창구 응대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성이나 필기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행정·금융 업무 과정에서 겪는 구조적인 제약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동호 공동대표는 “저는 기관절개로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손으로 글씨도 쓸 수 없지만 환우회의 공동대표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증와상 상태의 장애인이라도 단체를 대표하고 행정·금융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일을 계기로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신체적 장애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과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나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폼페병환우회는 인권위 조사를 통해 해당 금융기관의 조치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시정권고와 발성·필기 장애가 있는 고객을 위한 대체 본인확인 및 서명 절차 마련, 관련 직원 교육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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