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장애인복지에서 지역 간 차이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지역마다 인구 구성과 생활환경, 복지 수요가 다른 만큼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동일한 사업을 운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거주지를 옮겼다는 이유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활동지원이 줄어들거나, 지역에 제공기관이 없어 인정받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는 지방자치의 다양성을 넘어 기본적인 생활과 사회참여의 조건이 거주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다. 장애인복지의 지역격차를 논의할 때에는 지역별 사업의 차이와 권리 보장의 불평등을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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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필요한 지원을 얻기 위해 거주지를 선택하도록 내몰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지역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우리나라의 연구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김동현과 오윤희(2025)는 경기북부의 복지자원을 살펴보고 장애인 19명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을 실시하여, 경기남북 간뿐 아니라 경기북부 시·군 사이에도 복지자원의 편차가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참여자들은 복지시설과 활동지원서비스, 일자리의 부족을 경험하였으며,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장거리 이동과 교통수단 부족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하였다.

이 연구는 전국적인 격차의 규모를 추정하는 자료는 아니지만, 지역의 공급 여건이 장애인의 일상에 어떠한 제약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지역격차를 판단하는 기준도 단순한 예산 총액이나 시설 수의 비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장애인 인구가 많거나 지원 필요가 큰 사람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더 많은 재정과 인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인구가 적은 농어촌에서는 이용자 수가 적더라도 이동거리와 서비스 제공 비용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공적 지원이 요구될 수 있다.

함영진 외(2018)는 지역의 수요와 자원 규모에 따른 차이와, 제공기관이나 인력의 부재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불평등을 구분한다. 이 관점에서 형평성의 목표는 지역마다 같은 금액을 지출하는 데 있지 않다. 비슷한 지원 필요를 가진 사람이 어디에 살든 필요한 도움을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지방분권은 이러한 목표와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는 주민의 생활환경과 지역자원을 가까이에서 파악하고, 개인의 욕구에 맞게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다. 문제는 서비스 집행의 분권이 권리 보장 책임의 분산으로 이어질 때 발생한다. 중앙정부가 제도의 틀만 정한 채 필요한 재정과 집행 여건을 지방에 맡기고, 지방정부는 예산과 인력의 부족을 이유로 지원을 제한한다면, 당사자는 어느 정부에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해진다.

이러한 긴장은 복지국가로 알려진 북유럽에서도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Brennan (2017)는 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의 정책 담당자, 지방정부 관계자, 자립생활단체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에서 국가의 장애인 권리 보장 약속과 지방정부로 분권된 서비스 책임 사이의 모순을 분석하였다. 국가가 활동지원을 포함한 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더라도 실제 집행을 자율적인 지방정부에 맡기는 과정에서는 그 약속이 일관되게 실현되기 어렵다는 문제이다.

이 연구는 지방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국가의 권리 보장 책임을 면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나눌 때에는 기본적인 것은 중앙, 부가적인 것은 지방이라는 원칙을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기본 보장은 국가가 모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는 의미보다, 필수적인 지원의 기준과 재정, 이행 책임을 국가 차원에서 확립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김인춘(2015)은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복지분권을 검토하면서 주요 복지서비스의 법정화, 중앙정부의 재정 보장과 감독, 정부 간 책임의 명확한 배분을 강조하였다. 이 논의는 지방의 서비스 제공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도 국가의 재정적 책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기본 지원과 추가 지원의 경계를 현재의 사업 명칭으로 정해서는 안 된다. 행정적으로 지자체 추가지원에 해당하더라도, 당사자에게는 식사와 배설, 의사소통, 야간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지원일 수 있다. 국가의 기본급여가 충족하지 못한 필요를 지방사업이 보완하고 있다면, 그 사업을 선택적인 혜택으로만 간주하기 어렵다. 필수성과 부가성은 재원의 출처보다 지원이 중단되었을 때 개인의 생활과 사회참여에 어떠한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국가 단위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호주의 국가장애보험제도인 NDIS에 관한 연구는 재정적 권리와 실제 서비스 이용 사이에 간극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Malbon (2022)는 공개 자료를 분석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지역의 참여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의 참여자들보다 배정된 예산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향을 확인하였다. 이 연구는 예산 미사용의 원인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예산을 배정하는 것에 더하여 그 예산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국가의 보장 책임은 승인된 급여액뿐 아니라 실제 이용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예산과 선택권의 확대 역시 이를 실현할 조건을 함께 마련할 때 의미가 있다. Malbon, CareyMeltzer(2019)NDIS 관련 실증연구를 검토하여 복잡한 행정절차, 예산관리의 부담, 지역의 서비스 공급 여건이 개인의 정보와 자원 차이와 결합하면서 불평등을 강화할 수 있음을 논의하였다. 선택할 기관이 없거나 신청과 계약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원이 부족하다면 형식적인 선택권은 실제 권한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해하기 쉬운 정보, 접근 가능한 신청 절차, 의사소통 지원과 서비스 연결은 급여를 이용하기 위한 기반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연구를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국가의 역할은 전국 공통의 필수 지원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이 지역의 재정 여건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재정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

재정 분담에서도 등록장애인 수뿐 아니라 지원 필요도, 서비스 제공 비용, 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지역의 재정 능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개인별 욕구를 파악하고 지역의 보건·복지·주거·교통 자원을 연결하며, 국가의 보장 수준에 더해 지역 특성에 맞는 지원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국가의 책임과 지방의 자율성을 함께 작동시키기 위한 설계이다.

지역격차의 관리 지표 또한 예산과 시설의 규모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필요한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했는지, 인정된 활동지원 시간 중 얼마나 제공받았는지, 대기와 이동에 어느 정도의 부담이 발생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정보 인계와 임시 지원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드러난 접근성과 집행의 문제를 정책 설계로 연결하는 과제이다.

장애인복지에서 지방자치의 가치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권리 수준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전국적으로 보장된 권리가 각자의 생활환경에서 실현되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데 있다. 국가가 필수적인 지원과 재정 책임을 보장하고, 지방정부가 이를 개인의 삶에 맞게 제공하며,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는 추가적인 공적 자원을 투입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장애인이 필요한 지원을 얻기 위해 거주지를 선택하도록 내몰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지역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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