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입구 바닥에 점자블록이 설치된 모습. ©박종태
계단 입구 바닥에 점자블록이 설치된 모습. ©박종태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시각장애인의 문자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6년 점자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으나, 국민의 점자 인식 조사 결과 점자에 대한 인식은 널리 확산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국어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 국민의 점자 인식 및 점자 사용 환경 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시각장애인의 문자권을 보장하기 위한 점자 정책 수립 및 제도 개선의 기초 자료를 마련하고자 진행됐다. 조사 내용에는 점자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과 시각장애인의 실제 점자 사용 환경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10명 중 4명만 대한민국 문자로 인지

조사 결과 점자가 일반 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 것으로 국가가 인정한 문자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률은 비시각장애인이 44.8%, 시각장애인도 60.4%에 그쳐 점자법의 핵심 내용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공기관의 점자 문서 제공 의무 제도에 대한 인식률은 비시각장애인 24.6%, 시각장애인 34.8%로 낮아,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었다.

또한 비시각장애인 응답자 모두 점자를 본 적은 있다고 답했으나, 점자가 ‘가로 2점, 세로 3점’의 6개 점으로 구성된 문자라는 기본 구조를 아는 경우는 22.8%에 불과했으며, 96.6%는 점자 학습 경험이 전혀 없다고 응답해 점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교육이 미흡함을 시사했다.

점자 필요성에 대한 인식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비시각장애인의 48.2%와 시각장애인의 57.8%가 점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인식 개선 방안으로는 비시각장애인은 ‘점자 홍보 및 점자 표기 확대(37.9%)’를, 시각장애인은 ‘점자 관련 교육 강화(40%)’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아 인식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이동 편의 시설, 공공시설 점자 사용 환경 개선 필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점자 사용 환경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시설에서 점자 표기의 중요도는 높게 인식하는 반면, 실제 사용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 편의 시설의 점자 사용 환경 조사 결과, 특히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점자’(중요도 4.40점, 만족도 3.12점)와 ‘화장실 성별 구분 점자’(중요도 4.40점, 만족도 2.65점) 등 일상생활의 안전과 편의에 직결되는 시설에서 중요도와 만족도 간의 격차가 나타나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승강기 버튼 및 통화 장치 점자’는 중요도(4.58점)와 만족도(3.85점)가 모두 비교적 높아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됐다.

공공시설의 점자 사용 환경 조사 결과, 병원(중요도 4.23점, 만족도 2.13점), 학교(중요도 4.33점, 만족도 2.84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청사(중요도 4.31점, 만족도 2.56점) 등 공공시설 역시 중요도에 비해 만족도가 낮아 시각장애인의 공공 서비스 접근성에 장벽이 존재함을 보여줬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한 항목으로는 ‘아파트 공동 현관이나 현관문 잠금장치 키패드 점자 부재’가 74.3%로 가장 높았고, ‘아파트나 연립주택 호실 번호 점자 부재’(42.7%), ‘공공건물 계단 및 엘리베이터 근처의 층·위치 안내 정보 부재’(42%)가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점자법 시행 10년을 맞아 점자 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실제 수요자인 시각장애인의 목소리를 반영해 우리 사회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자 인식과 점자 표기의 현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기적인 점자 인식 및 사용 환경 조사를 통해 국민의 인식 변화와 시각장애인의 정책 요구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문자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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