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 중인 신장장애인.(기사와 무관) ⓒ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갑작스러운 엘리베이터 고장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보행장애를 가진 중복 신장장애인이 혈액 투석을 위한 의료 이동을 해야 할 때 이를 보장하는 제도는 준비돼 있지 않다.

최근 시각장애와 보행장애를 가진 신장장애인 A씨는 혈액 투석을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아파트 온수 계량기 동파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운행을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아파트 17층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비상계단을 이용해야 했지만, 시각·보행장애로 인해 혼자서 비상계단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급하게 119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신장장애로 인해 투석을 받으러 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이동 도움을 요청했다.

119 접수 요원은 “이동 업무는 119에서 하는 일이 아니기에 이번 한 번만 접수해 주겠다”고 답변했고, 이후 119 대원들이 A씨를 17층부터 구급차가 있는 지하 1층까지 업어서 이동을 지원해주었고 무사히 혈액 투석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이처럼 응급한 상황에서 의료 이동 요청이 119 대응 업무가 아니라면 다음에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우려가 생겼다.

소방청 관계자는 “(상황과 현장의 판단에 따라) 응급상황이라면 도움을 드릴 수 있지만, 당시 접수 요원께서 이번만 접수해 드리겠다고 한 것은 구급차는 원하는 병원이 아닌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원칙이고, 정기 치료 이동 등 단순 이동지원은 지양하고 있기에 그렇게 안내를 해드린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 119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사설 구급차는 비용을 지불하고 당사자의 요구를 들어 주기에 사설 구급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총장은 “투석은 말 그대로 소변을 보는 것을 의미한다. 혈액 투석은 보통 이틀에 한 번, 일주일에 3번 실시한다. 먼저 투석을 하지 못하면 폐에 물이 차고 호흡 곤란이 와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또 투석을 하지 않으면 칼륨에 몸이 쌓이는데 그러다 보면 심장마비가 와 30분 안에 투석을 하지 않으면 사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병원과 갑작스럽게 투석 날짜를 바꾸는 것도 개인이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병원과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는데 보통 2~3일 전에 알려야 한다”며, “혈액 투석은 그야말로 건강뿐 아니라 생명과도 직결되는 일이다. 해당 사안의 당사자처럼 장애로 인해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다른 공공기관은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고 119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승헌 사무국장은 “이번 사안은 사전에 조치하거나 예방할 수 없는 상황이다. 119는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곳인데 신장장애인이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제때 이동을 하지 못하면 건강과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러한 상황도 응급상황으로 보고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다”면서 “119가 그런 지점까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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