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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열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한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를 클릭해 주문하려했지만 실패하고 있다.ⓒ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내년 1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전면 의무화를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돌연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의무 대상과 대상을 완화하면서 장애계 반발이 일자, 국회가 실제 이용자인 장애인이 체감하는 접근성의 수준을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4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정책 조정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번 제도 완화가 디지털 취약계층과 관련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정책적 보완 과제를 제시했다.

키오스크는 일상적 서비스 이용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에 대한 접근성 보장은 장애인의 재화·용역 이용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이에 정부는 키오스크 확산이 장애인에게 새로운 접근 장벽이 될 수 있음에 주목하며 2021년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을 통해 키오스크 편의 제공 의무화를 명시했고, 현실적 이행 가능성 및 민간 부문의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 의무화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2024년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1월)과 복지시설, 대규모 민간 사업자 등(7월)을 시작으로 2025년 1월부터는 상시 근로자 100인 미만의 민간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사실상 대다수의 소상공인이 의무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었다. 

 다만 소규모 시설에는 보조기기나 지원인력 배치 등의 대체 수단을 허용하고, 기존에 키오스크를 설치한 경우에는 2026년 1월 28일까지 배리어프리 기능을 탑재한 키오스크로 교체 완료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그런데 복지부가 1월 전면 의무화를 불과 두 달여 앞둔 지난 11월,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설치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소상공인과 테이블오더형 소형기기는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고,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대신 직원 호출벨과 보조인력 배치 등의 대체 수단을 제공하는 경우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는 등 예외적 허용 범위도 확대한 것. 

보고서는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권 보장’이라는 정책 목표와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라는 현실적 요구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후자를 보다 중시한 정책 조정으로 평가된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현행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정책이 장애인의 접근권 보장이라는 본래 목적보다는, 설치 의무의 범위와 예외 여부에 대한 형식적 논의에 치우쳐 운영돼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애인이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언제든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접근권의 핵심 취지임에도, 개정 시행령은 호출벨이나 보조인력 배치 등 대체수단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접근권 보장의 실질적 수준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정책을 둘러싼 관계 부처 간 정책 추진 방향의 간극도 구조적 문제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키오스크의 접근성 기술 개발과 보급 확대를 통한 단가 인하 등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적 투자를 추진하고 있었던 데 반해, 복지부는 제도 운영 측면에서 의무 범위를 완화하면서 현장과 시장에 상반된 정책 신호가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정책 방향의 불일치는 실제 이용 환경에서 디지털 접근성 보장 수준의 편차를 키우고, 관련 산업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신뢰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정책이 '설치 의무화 여부' 중심의  이분법적 논의에서 벗어나, 실제 이용자가 체감하는 '접근성 보장 수준'을 정책의 핵심 기준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의무 대상을 어디까지 넓힐 것인가라는 범위보다는 서비스 편차를 줄이는 구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것.

보고서는 “대체 수단을 허용하더라도 대기 시간, 자기결정권, 보조 수단의 실질적 이용 가능성 등 구체적인 서비스 지표를 통해 접근권 보장 수준을 평가·관리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필요 최소한의 물리적·인적 지원을 사업장 유형별로 세분화하고 사후 평가와 모니터링 방식의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신고나 구제 절차 등도 마련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의 구조를 구축해 법령·기술 기준·재정 지원 정책이 하나의 정책 신호로 작동하도록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와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권 보장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지속가능하고 일관된 정책 체계로 통합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하드웨어 설치 의무화라는 경직적 접근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중심의 공공 모델 확장'도 제시했다.  QR 코드를 활용해 키오스크 화면을 개인 스마트폰으로 전송·연동하는 방식, 음성 인터페이스 탑재 등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은 기기 교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자율적인 이용 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소상공인의 개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 주도의 공동 이용 모델로서 렌탈·구독형 지원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단순 구매 보조를 넘어 유지·보수까지 포함하는 전 주기적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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