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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시민사회 단체는 15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박 2일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들의 처절한 투쟁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역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주십시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시민사회 단체는 15일 오후 1시 보건복지부 주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보건과경제고위급회의가 열린 신라호텔 앞에서 이같이 외치며 1박 2일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한국에서는 최초로 열린 이번 회의는 21개 회원경제 장·차관 등 고위급 인사,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사무처(WHO WPR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 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 인사와 기업인 등 480여 명이 참석한다.

회의에서는 ‘혁신, 연결, 번영 : 건강하고 스마트한 고령화 대응사회 실현’을 주제로 디지털헬스, 건강한 노화, 청년 정신건강 등 세 개의 의제를 논의한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직면한 보건·분야 도전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회원경제들의 노력과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해법을 모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는 강제적인 입원과 약물치료 중심의 전통적인 의료체계 속에서 인권침해를 겪으며 지역사회의 공적 지원과 자원 부족으로 사회적 고립과 입원 회전문을 경험하는 등 당사자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토로했다.

15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 앞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신석철 상임대표. ©에이블뉴스
15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 앞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신석철 상임대표. ©에이블뉴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와 연대단체는 국정과제에 정신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외치며 지난 7월 11일 서울시 종로구 다모여빌딩에서부터 국정기획위원회 앞까지 3보 1배를 진행했으며, 7월 16부터 3일 동안 비가 내리는 국회 앞에서 오체투지 투쟁을 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들의 이러한 투쟁에도 ‘정신장애 국가책임제’는 결국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것.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신석철 상임대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재명 전부는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는 거 같다. 처절한 투쟁을 벌이며 정신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오늘 이 신라호텔에서 보건복지부가 여는 국제보건의료 실무자 회의가 있다고 한다. 각국의 복지 및 경제 전문가와 고위관료들이 온다고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또한 내일 오전 9시부터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신라호텔에서 회의를 진행한다고 한다는데 정 장관이 우리를 만나 줄 때까지 이 자리 절대 철수 안 하고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외쳤다.

‘사람 중심 권리기반 정신건강 정책 개혁’ 피켓. ©에이블뉴스
‘사람 중심 권리기반 정신건강 정책 개혁’ 피켓. ©에이블뉴스

관악동료지원쉼터 이은미 팀장은 “저기 열리는 회의에서는 각 나라의 고위층 관료자들이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서 잘 살 수 있을까’, ‘인잔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어떻게 만들까’ 논의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이 처한 현실은 격리와 강박, 강제 입원 등 너무나 처참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은 인권이라고 할 수 없는 곳에서 방치되고 배제된 채 어느 병원과 시설에서 십 수 년, 수십 년을 삶에 대한 의지도, 이유도 없이 살아가고 또 죽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복지는 유료서비스에만 압도적으로만 집중돼 있고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원경 활동가는 “내 몸과 마음이 겪었던 고통을 말하려고 한다. 난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서 격리되고 강박된 경험이 있다. 폭력적 징후가 있다는 이유로 도움을 청하러 간 병원에서 난 갇히고 묶였다. 격리실에 던져져 팔과 다리가 묶인 억압 속에서 난 인간이 아닌 그저 통제의 대상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격리와 강박은 선택지가 아닌 폭력이다. 이 폭력이 치료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있을 뿐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격리‧강박에 의지 하지 않아도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사람을 치유하고 회복시킬 수 있다”면서 “괴로웠던 나의 경험이 다른 이들의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란다. 정부는 당사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제도를 개선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에도 현장 발언과 문화 축제 등을 진행하며 1박 2일 노숙투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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