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교통약자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모두를 위한 축제가 되려면'
'장애인과 교통약자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모두를 위한 축제가 되려면'. ©하석미

【에이블뉴스 하석미 칼럼니스트】 2026여수세계섬박람회가 지난 5일 개막, 오는 114일까지 이어진다.

한국무장애관광연구센터는 여수세계섬박람회 현장을 찾아 장애인과 교통약자를 비롯한 다양한 관람객의 입장에서 주요 시설과 이동환경을 모니터링했다.

이번 모니터링의 기준은 단순했다.이곳을 찾은 사람이 주차장에서부터 관람을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얼마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

축제나 박람회가 반드시 무장애를 표방해야만 장애인과 교통약자의 이용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축제장에는 휠체어 사용자뿐 아니라 시각·청각장애인, 장거리 보행이 어려운 사람, 고령자, 유아차를 이용하는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따라서 주차하고, 표를 사고, 이동하고, 정보를 얻고, 전시를 관람하고, 식사하고, 쉬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불필요한 장벽을 만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특별한 축제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라기보다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를 위한 기본적인 고려라고 생각한다.

'장애인화장실의 페달식 물내림 장치,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까?'
'장애인화장실의 페달식 물내림 장치,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까?'©하석미

장애인화장실 11, 거의 대부분 페달식 물내림 장치

현장에서 가장 먼저 살펴본 곳은 장애인화장실이었다. 확인한 11개의 장애인화장실 중 거의 대부분의 변기 물내림 장치가 페달식이었다. 발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에게는 편리한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하체 사용이 어렵거나 발로 페달을 조작할 수 없는 장애인에게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사용할 수 없는 설비가 된다.

'장애인화장실은 있지만, 발을 쓸 수 없다면 물을 내릴 수 없다'
'장애인화장실은 있지만, 발을 쓸 수 없다면 물을 내릴 수 없다'. ©하석미

장애인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고 안전손잡이와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더라도 이용을 마친 뒤 스스로 물을 내릴 수 없다면 충분한 이용 편의가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

버튼식 물내림 장치가 설치된 곳도 있었지만 일부 설비는 흔들리는 등 유지관리와 점검이 필요한 상태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시설을 갖추었느냐보다 실제 이용자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사용할 수 있느냐이다.

'수십 개의 야외 테이블, 휠체어와 유아차 함께 앉을 자리는 없었다'
'수십 개의 야외 테이블, 휠체어와 유아차 함께 앉을 자리는 없었다'. ©하석미

수십 개의 테이블, 휠체어가 함께 앉을 공간은 없었다

야외에는 관람객이 쉬거나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수십 개의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휠체어 사용자가 휠체어에 앉은 채 자연스럽게 들어가 일행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워둔 테이블은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테이블을 교체할 필요는 없다. 일부 테이블의 한쪽 좌석을 비워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 유아차 이용자에게도 편리하다.

모두를 위한 환경은 거창한 시설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테이블을 멀리 설치하는 것보다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테이블에 함께 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작은 단차도 교통약에게는 전시관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
'작은 단차도 교통약에게는 전시관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 ©하석미

주제섬에는 없었던 2~3cm 단차, 다른 전시관에는 있었다

주제섬과 보물섬은 휠체어 접근이 비교적 원활했다. 반면 다른 일부 전시관 입구에서는 약 2~3cm의 단차가 확인됐다. 보행자에게 2~3cm는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높이일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앞바퀴를 사용하는 휠체어와 유아차, 보행보조기 이용자에게는 이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축제장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시설 하나만 잘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람 동선 전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보물섬에서 단차 없는 진입이 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른 전시관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능이 있어도 손이 닿지 않는 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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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기능은 있지만, 그 기능에 손이 닿아야 이용할 수 있다'. ©하석미



식당 키오스크에는 휠체어 접근성기능이 마련되어 있었다.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하려 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작 그 기능을 선택하는 화면의 위치가 높아 손이 닿지 않는 휠체어 사용자는 스스로 기능을 실행하기 어려웠다.

좋은 기능도 이용자가 그 기능을 시작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키오스크를 설치할 때는 화면이 낮아지는 기능뿐 아니라 첫 화면의 조작 위치, 손이 닿는 범위,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대체 주문 방법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또한 식당 테이블에 앉은 뒤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휠체어 사용자나 이동이 어려운 사람이 직원을 부르기 위해 다시 이동해야 한다면 또 다른 불편이 생긴다. 일부 테이블에 직원을 호출할 수 있는 도움벨을 마련하는 등 자리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장애인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고령자나 몸이 불편한 관람객 등 도움이 필요한 누구에게나 유용할 수 있다.

'파쇄석과 야자매트로 조성된 주차장, 교통약자 이동은 괜찮을까?' ©하석미
'파쇄석과 야자매트로 조성된 주차장, 교통약자 이동은 괜찮을까?' ©하석미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한 다음이 중요하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행사장으로 이어지는 일부 동선의 파쇄석과 야자매트는 휠체어 이동에 어려움을 주었다.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차량에서 내린 뒤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과정이다. 휠체어뿐 아니라 보행보조기나 유아차처럼 바퀴를 사용하는 이동수단도 바닥의 재질과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주차공간부터 행사장 입구까지 실제 이용자의 이동 동선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낮은 매표창구를 마련해도 운영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하석미
'낮은 매표창구를 마련해도 운영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하석미

낮은 매표창구, 설치보다 운영이 중요하다

매표소에는 휠체어 사용자와 키가 작은 사람 등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낮은 창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모니터링 당시에는 운영하지 않아 높은 일반 창구를 이용해야 했다. 시설을 잘 만들어 놓았더라도 운영하지 않으면 이용자에게는 없는 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접근성과 이용 편의는 시설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운영방법과 직원의 응대, 유지관리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실제 서비스가 된다.

'휠체어 대여와 지원, 교통약자를 위한 준비'.  ©하석미
'휠체어 대여와 지원, 교통약자를 위한 준비'.  ©하석미

휠체어를 준비했다면 빌린 다음을 살펴보자

현장에는 관람객이 이용할 수 있는 수동휠체어가 여러 대 준비되어 있었다. 보행이 어려운 관람객을 고려한 준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 휠체어를 빌린 사람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