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복남 객원기자】휠체어는 휠(wheel)과 체어(chair)의 복합어로 말 그대로 바퀴 의자다. 의자에 바퀴가 달려 있어 다리가 불편해서 이동 보행이 어려운 사람들의 이동 보행을 보완해 준다.

휠체어는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있었으나 현대적인 휠체어는 1930년대 미국에서 개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6.25 무렵 미군에 의해 들여왔다고 한다.

휠체어가 장애인의 불편한 이동 보행의 필수적인 보장구가 되면서 많은 장애인이 휠체어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병원에서는 다리가 불편한 환자나 노인들도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수동휠체어를 타고 혈압을 재는 사람. ⓒ이복남
수동휠체어를 타고 혈압을 재는 사람. ⓒ이복남

1990년대 보건복지부에서도 휠체어를 장애인 보장구로 지정하여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되었다. 당시 휠체어 한 대 가격은 10~20만 원 정도였는데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였고 건강보험 가입자는 20%만 부담하면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동휠체어는 양손으로 바퀴를 돌리거나 다른 사람이 뒤에서 밀어주어야 하는데 전동휠체어는 배터리가 그 역할을 대신해 줌으로써 조이스틱만 조작하면 혼자서도 훨씬 빠르고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수동휠체어의 최고속도는 6km/h인데 전동휠체어는 그 두 배인 12km/h라고 한다.

전동휠체어. ⓒ이복남
전동휠체어. ⓒ이복남

수동휠체어는 무게가 15kg정도이고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는 무게가 100kg 쯤 되는데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가 생김새는 약간 다른데 전동휠체어는 다리 부분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나, 전동스쿠터는 앞부분이 오토바이처럼 되어 있어 약간 더 길다.

현재 보장구 정부 지원 가격이 전동휠체어는 2,090,000원이고, 전동스쿠터는 1,670,000원, 수동휠체어는 480,000원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90%를 부담하므로 건강보험 가입자는 10%만 부담하면 되고, 의료급여수급권자는 무료다.

수동휠체어와 전동휠체어의 차이. ⓒ보건복지부
수동휠체어와 전동휠체어의 차이. ⓒ보건복지부

그런데 이 가격이 전동휠체어가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사업에 처음 포함 될 2005년 당시 가격이다. 벌써 20년이 지났고 그동안 온갖 물가가 다 올랐지만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 지원 가격은 그대로다.

전동휠체어 가격은 몇 백만 원에서 천만 원을 호가하고 있어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가능하면 정부 고시가격 내에서 구입을 하고 비수급자의 경우 209만원을 넘는 가격은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프로보노에서 강다윗과 김강훈. ⓒtvN
프로보노에서 강다윗과 김강훈. ⓒtvN

tvN 주말드라마 ‘프로보노’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나온다. 강다윗(정경호 분)이 오앤파트너스에서 공익변호사로 프로보노 팀에서 일하는데 열두 살 아이가 강다윗에게 소송을 의뢰하러 찾아온다.

열두 살 아이 김강훈(이천무 분)은 선천성 하지마비로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 김강훈이 강다윗에게 소송을 의뢰하는 내용은 “드라마 ‘프로보노’ 속 ‘휠체어 현장 검증’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참고 하시기를.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김경식 2025.12.15. 15:40>

드라마에서 강다윗은 김강훈의 의뢰를 받고 소송을 하면서 김강훈이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으므로 판사와 변호사에게 휠체어를 직접 이용해 보라면서 현장 검증을 요청했다.

국영준 판사와 우명준 변호사의 휠체어 체험. ⓒtvN
국영준 판사와 우명준 변호사의 휠체어 체험. ⓒtvN

이번 재판은 항소심인데 처음 김강훈은 하나님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싶다고 했으나 프로보노 팀에서 김강훈이 태어난 웅산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으나 1심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패소했다.

강다윗은 항소심에서 “법은 현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휠체어 체험 현장검증을 요청했다. 웅산병원 손해배상 사건에서 항소심을 맡은 국영준(이대연 분) 판사와 웅산병원 대리를 맡은 우명훈(최대훈 분) 변호사가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국영준 판사와 우명훈 변호사는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여 휠체어를 타고 출발했다. 박기쁨(소주연 분)변호사는 김강훈이 하지마비이므로 국영준 판사와 우명훈 변호사의 다리를 케이블 타이 같은 걸로 묶었다.

국영준 판사와 우명준 변호사의 버스타기 체험. ⓒtvN
국영준 판사와 우명준 변호사의 버스타기 체험. ⓒtvN

국영준 판사와 우명훈 변호사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버스를 타기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휠체어를 이용해 법원까지 도착했다. 중간에 화장실을 급히 가야 하는데 다리가 묶여 있어 쩔쩔 맬 때 국영준 판사의 케이블 타이는 박기쁨 변호사가 니퍼 같은 걸로 끊어 주었지만 우명훈 변호사의 다리는 강다윗 변호사가 직접 끊으라며 니퍼를 건네주었다.

국영준 판사와 우명훈 변호사는 10년 감수를 한 셈이다. 강다윗은 그 거리가 2km밖에 안된다고 했다. “강훈이는 부천에서 우리 사무실가지 매일 왔습니다.” 국영준 판사는 김강훈에게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다니냐고 물었다. 김강훈의 대답은 “저는 장애에 길이 들었으니까요.”

드라마 ‘프로보노’에서 판사와 변호사가 휠체어를 이용하여 길을 가고 버스를 타는 모습은 고맙고도 반가운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몇 해 전 한 시각장애인이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못 타게 해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판사가 직접 눈을 가리고 놀이기구를 타보기도 한 후에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놀이기구를 금지할 이유 없다고 승소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전동스쿠터. ⓒ이복남
전동스쿠터. ⓒ이복남

드라마에서 김강훈은 12살 어린 나이로 수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수동휠체어는 병원용이나 노인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각종 관공서나 박물관 등에서 관람객이 잠깐 빌리는 용도 외에 성인이 수동휠체어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쩌다 길에서 휠체어를 만나는 경우가 있어도 대부분 전동휠체어 또는 전동스쿠터다.

드라마에서 김강훈은 12살 어린아이이므로 특수학교에서 아이들은 어쩐지 문의를 해 보았더니 혼자 다니는 아이들이 거의 없으므로 수동휠체어를 이용한다고 했다. 수동휠체어는 뒤에서 보호자가 밀어 주어야 한다. 전동휠체어는 배터리로 조작하고 속도가 있으므로 어린아이들은 위험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8 시각장애인 판사와 흰지팡이. ⓒtvN
8 시각장애인 판사와 흰지팡이. ⓒtvN

그리고 ‘프로보노’에서 하나님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물론 하나님이 아니라 김강훈이 출산한 웅산병원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었지만, 1심 판사가 시각장애인 김진오(최희진 분) 판사 였다.

재판이 열리고 시각장애인 김진오 판사는 혼자서 흰지팡이를 이용하여 판사석으로 찾아 갔다.

드라마니까 작가나 연출이 시청자들에게 시각장애인임을 보여주기 위해서겠지만, 판사가 활동지원사나 근로지원사도 없이 더구나 법원의 사무보조인 안내 없이 혼자서 착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 장애인은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으로 나뉘는데 시각장애의 경우 경증장애인은 혼자서 다닐 수가 있고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나 근로지원사가 있어 혼자 흰지팡이를 이용하여 다니는 시각장애인은 많이 줄었다. 그래서 비장애인이 흰지팡이를 볼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을 것이다.

아무튼 김진오 판사가 자리에 앉자 우명훈 변호사는 판사를 바꿔 달라고 했다. 소송내용이 웅상병원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 의료기록 등이 방대해서 시각장애인 판사가 제대로 읽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

판사는 변호사보다 점자 서류를 더 빨리 볼 수 있다고 했다. ⓒtvN
판사는 변호사보다 점자 서류를 더 빨리 볼 수 있다고 했다. ⓒtvN

그때 김진오 판사의 대답인즉 “서류가 점자화 되어 있어 우명훈 변호사보다는 제가 더 빨리 읽을 걸요.” 드라마지만 김진오 판사의 대답에 갈채를 보낸다.

어쩌면 이렇게 멋진 대답을 할 수가 있을까.

그러나 드라마니까 김진오 판사가 그런 대답을 할 수 있었겠지만, 실제로 방대한 점자 의료기록을 보는 사람보다 더 빨리 읽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재 판사, 변호사 등 사무직 시각장애인의 대부분은 점자정보단말기(한소네)를 이용하여 점자를 읽거나 화면 읽기 프로그램(스크린리더. 센스리더) S/W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컴퓨터에 저장된 각종 문서를 음성 지원 형태로 읽으며 서류 업무를 하고 있다.

더구나 유치원에서 부터 점자를 배워서 읽고 쓴다면 모를까 최근에는 후천성(중도)장애인이 많아 점자를 읽고 쓰기가 만만치 않다. 필자의 경우 점자를 다 배웠지만 점자를 잘 사용하지 않으므로 점자를 제대로 모른다. 수어도 마찬가지다.

반짝반짝하는 박기쁨과 부모님. ⓒtvN
반짝반짝하는 박기쁨과 부모님. ⓒtvN

박기쁨이 자기는 단란한 가정에서 사랑 받고 자랐다고 했다. 강다윗은 병든 홀어머니 밑에서 죽자 사자 공부한 개천에서 난 용이었다.

강다윗은 박기쁨이 유복한 가정에서 잘 자랐으므로 세상물정 모르는 온실속의 꽃이라고 빈정거렸다. 더구나 박기쁨은 말을 할 때 잠시도 손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강다윗은 “아이구 저 손 좀 제발 가만 못 있냐, 저 손 좀 묶어 놓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박기쁨의 부모는 두 분 다 청각장애인이었고 박기쁨의 손은 수어를 하고 있었다.

박기쁨은 정말 공익을 위해서 프로보노에 들어 왔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박기쁨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정말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프로보노’를 쓴 문유석 작가가 전직 판사 출신이라고 했다. 프로보노는 이제 4회가 끝났는데 그 속에 지체장애인을 비롯해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아우르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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