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디다 칼럼니스트】 “운동 중 피로가 너무 빨리 와요. 그래도 운동할 수 있을까요?”

 근육병, 루게릭병(ALS) 등과 같은 만성 신경·근육질환을 가진 분들이 운동에 대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입니다. 잠깐 움직였을 뿐인데 숨이 차고, 근육이 떨리며, 회복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더 커지죠.

 하지만 답은 분명합니다. 운동은 가능합니다. 단, 목표와 방식, 속도를 ‘내 몸 기준’으로 새롭게 설정해야 합니다. 피로가 빨리 오는 몸에 맞는 운동 원칙을 세우면, 오히려 체력 소진을 늦추고, 생활 속 자립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운동 중 피로가 심한 만성질환(근육병, 루게릭 등) 장애인도 운동할 수 있을까요?". ©이디다
"운동 중 피로가 심한 만성질환(근육병, 루게릭 등) 장애인도 운동할 수 있을까요?". ©이디다

1. 피로를 ‘관리 대상’으로 인정하기

 만성질환에서 오는 피로는 단순한 ‘힘듦’이 아닙니다. 신경 전달 속도의 저하, 근육의 대사 기능 변화, 호흡 효율 저하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나타나는 ‘질병 증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왜 이렇게 금방 지치지?”라고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피로 자체를 관리할 운동 계획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운동 목표를 ‘근력 강화’가 아니라 ‘피로 지점 늦추기’로 두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습니다. 피로를 적으로 보지 말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2. ‘운동 시간’보다 ‘운동량’을 먼저 줄이기

 피로를 줄이려면 처음부터 긴 시간 운동하기보다 짧게·자주·가볍게가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30분 운동을 한 번 하는 대신, 10분 운동을 세 번 나누어 하는 식이죠. 이렇게 하면 운동 후 회복에 필요한 시간이 짧아지고, 하루 총 움직임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또한, 동작의 ‘범위’를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팔을 어깨 높이까지 드는 것이 버겁다면, 팔꿈치까지만 올려도 됩니다. 이런 작은 조정이 피로 누적을 크게 줄입니다. 운동은 끝까지 해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끝까지 안전하게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3. ‘회복 운동’을 정식 메뉴로 넣기

 많은 분들이 운동과 휴식을 ‘따로’ 생각하지만, 만성질환에서는 휴식도 운동의 일부입니다.

 운동 중간에 1~2분간 호흡만 조절하거나, 경직된 부위를 가볍게 스트레칭하는 것도 회복 운동입니다. 이를 통해 근육에 쌓이는 피로 물질을 줄이고, 다음 동작을 더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루게릭병 환자가 탄성 밴드로 팔 운동을 한다면, 세트 사이에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어깨 긴장을 풀어주는 시간을 반드시 넣습니다. 이렇게 ‘움직임과 회복’을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은, 피로로 인한 부상 가능성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4. ‘피로 기록장’으로 내 몸 패턴 읽기

 피로는 매일, 그리고 시간대별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떤 날은 오전에 힘이 좋지만, 어떤 날은 아침부터 몸이 무겁기도 합니다. 그래서 운동을 할 때마다 운동 시작 전·후의 상태를 기록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 전: “어깨와 목에 긴장 있음, 숨 차지 않음”, 운동 후: “팔 근육 떨림, 호흡 약간 가빠짐, 회복까지 15분” 이렇게 간단히 기록해두면 내 몸이 가장 덜 피로한 시간대와 동작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강사나 의료진과 상의할 때도 매우 유용합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힘든지’ 감으로 말하는 것보다, 기록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고 안전한 조정이 가능합니다.

5. ‘같이 하는 운동’이 더 안전하다

 피로가 심한 경우, 혼자 운동을 하다 보면 몸의 변화를 놓치기 쉽습니다. 특히 호흡 곤란이나 갑작스러운 힘 빠짐이 나타날 때, 옆에 누군가 있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함께 운동하는 사람은 반드시 내 피로 신호를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숨이 가빠지면 잠깐 멈춰야 해요.”

    “손이 떨리면 근육이 과부하된 거예요.”

이런 설명을 미리 해두면, 동작 중간에 무리 없이 조절할 수 있습니다. 운동 파트너는 단순히 ‘돕는 사람’이 아니라, 안전을 지켜주는 또 하나의 장비입니다.

 근육병, 루게릭병 등 만성질환이 있어도 운동은 가능합니다. 중요한 건 내 몸이 버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피로를 늦추고, 회복을 포함한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병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조금 더 편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오늘은 무리한 동작 대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호흡 운동’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그 한 번의 호흡이, 내일의 움직임을 지켜줄지도 모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