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9월 13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김민석·권칠승·기동민 의원,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장애차별구제청구소송의 소송비용 감면을 위한 법 개정방안 간담회’를 공동 개최한 모습. ⓒ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지난번에 정치 영역에서의 장애인 할당은 장애인의 실질적 평등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시혜가 아닌 권리라고 말했다. 이런 조치는 발언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거나 소외된 집단 관련한 특정 이익 제공 채택하고 유지하는 일이 수반된다고 역시 일반논평 6호에 나와 있다. 이런 조치 중 또 하나의 예로서, 패소자 비용 부담 경감 대책을 들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 조사업무를 맡는 인력들 수가 여전히 불충분해, 국을 형성할 정도로 강력한 권한을 가진 구조를 만들기 어렵고, 진정사건 처리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법관들도 장애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차별구제 청구 인용된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고 기각된 사례는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고용과 교육 등에서 차별을 겪는 게 일상인 장애인들의 경우, 저소득에 가난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라면, 법원 등에 소송할 경우 소송을 위한 자금 마련에 당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소송하다 패소할 경우 소송구조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건 자금 능력이 부족한 모든 이들이 대상이라, 장애차별소송을 고려해 만든 제도는 아니다.
그렇기에 장애차별소송에서 장애인이 패소하거나 일부 승소 시 상대방 변호사 등의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고, 결국엔 소송을 꺼리게 돼 차별당한 장애인의 차별과 고립은 더욱 영속화될 거다. 그래서 패소자 비용 부담 면제 또는 경감 대책을 수립한다면, 자금 능력이 부족한 장애인의 권리 구제와 실질적 평등을 지향할 수 있게 될 거다. 관련해 장차법에 패소비용 부담 면제·감면 내용을 넣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그게 실현되진 못했다.
그런데 장애인의 실질적 평등을 기하고자 하는 5조 4항에서도 전제는 있다. 일반논평 6호에 따르면, 장애인의 고립, 분리, 편견 조장, 고정관념화 또는 장애인에 대한 기타 차별 등의 영속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그러기에 장애인단체와의 긴밀한 협의와 장애인 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외된 장애인 고용으로 인한 문제 제기로 만들어진 장애인의무고용제를 보자. 장애인의무고용제를 실시하는 법적 근거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하 장애인고용법)이며, 이 법의 제1조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이 법은 장애인이 그 능력에 맞는 직업생활을 통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도별 공공부문 장애인 의무고용 및 부담금 납부현황. ⓒ국민권익위원회
7년 전, ‘2018 장애인 고용패널 학술대회’에서 당시 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유완식 선임연구위원은 장애인 인적자원은 취약하지 않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저임금 받고, 임금수준이 낮은 단순노무직에 장애인 배치함으로 의무고용을 이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다 그 당시 정신적 장애인의 저임금 비중이 상당히 높았던 거다. (출처: 장애인이니까 단순직 배치, 의무고용 땡, 에이블뉴스, 2018년 11월 9일 기사)
이는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은 능력 없으니, 단순노무직이 능력에 맞다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직장문화가 고맥락이라 눈치는 능력으로 통하는 암묵적 기준이 있는데,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은 특성 드러나면 직장에서 배제되거나 해고돼 생존수단으로 마스킹하면서, 극단적 경우엔 정신건강까지 해친다. 이런 관계로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기껏해야 2년이 최고일 정도다.
이들은 보호작업장이나 자회사 표준사업장 등에 취업하고, 임금은 기껏해야 최저임금이 최고일 정도고 임금 후려치기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장애인고용공단 직업능력개발원, 발달장애인 훈련센터 등에서의 직업훈련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직업훈련은 단순노무직 일변도다.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 선호와 존엄성은 무시된 채로 말이다. 그렇다면, 능력에 맞는 직업생활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다는 장애인고용법 제1조의 목적이 실현될까? 아니다.
직장에서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노동권을 누리면서 제대로 일하도록 감각과민 고려하고, 시간 조정, 편의시설 설치 등의 합리적 편의를 우리 사회에선 권리로 인식하지 않고 오로지 비용으로 인식한다. 여기에 장애인 고용 비용 충당하고 미고용 기업 책임 분담한다는 취지의 고용부담금도 기껏해야 최저임금이며, 장애인고용장려금도 현실화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러니 고용부담금을 내고 장애인 고용은 안 하는 게 적지 않으며, 지금도 그런 현실은 여전하다.
그래서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최저임금보다 높이고 합리적 편의를 제공해 노동 현장에서 장애인의 노동권과 일할 자유 보장하고, 편의시설 제공 비용 등을 고려한 장애인고용장려금 현실화는 물론, 장애인 고용 시 일정 정도의 세금 감면, 장애인 존엄성, 선호, 욕구가 고려된 직업훈련 확대 등 장애인 고용을 촉진해 고용 영역에서 장애인의 실질적 평등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편견에 기반해 정신적 장애인에게 단순노무직을 사실상 강요해, 합리적 편의를 외면하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통해 장애인은 단순노무직이 맞다는 편견만 강화되고, 이 때문에, 장애인은 차별과 고립은 물론 저소득, 빈곤을 경험해 시설수용 위험에 상당히 노출될 거다.

발달장애인 가족지원사업을 간략히 소개하는 안내 포스터.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둔 가족의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발달장애인 가족 휴식지원서비스가 정부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고, 이는 장애인 특화조치의 일환이다. 힐링캠프, 테마여행 등의 가족휴식 지원, 장애인을 돌볼 지원인 파견해 돌보는 일시적 돌봄, 발달장애인 자녀의 생애주기별 부모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부모교육 등이 있다.
하지만 이게 발달장애인법에서 예산의 범위에 따라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실제로 휴식을 지원하는 예산을 제한시키고, 관련된 사업 공고문이나 지침에 포함된 우선 지원순위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1순위, 차상위 계층이 2순위, 그 외 가족 중 장애인이 2명 이상인 가구거나 전년도 가족 휴식지원 미참여 가족이 그다음 순위로 지원대상이 된다.
그래서 매년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둔 가구 가운데 극히 일부가 가족 휴식지원서비스를 이용하며, 가족의 실질적인 양육 부담 경감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예산의 범위에 따라 지원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 선호를 반영하고 이들의 존엄성 증진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들의 욕구, 선호는 각기 다르기에, 여행, 상담뿐만 아니라 문화생활 지원, 긴급돌봄 지원 등 다양한 지원방안이 휴식지원서비스에 반영되고, 관련 예산도 확충해 장애인과 그 가족의 기본권 보장과 자유 향유를 기해야 한다. 그럴 때, 가족 부양 부담을 경감하며, 장애인과 그 가족의 실질적 평등 방향으로 가며 이들의 고립과 분리를 해소할 장애인 특화조치로 가게 될 것이다.

장애인콜택시. ⓒ서울시설공단
장애인의 이동수단 중 하나로 장애인콜택시라는 게 있는데, 콜택시 운영 근거는 교통약자법이고 이 법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이 목적이다. 그런데 장애인콜택시 운영 예산이 한정되고 과거엔 콜택시 운영방식이 지자체 재량에 달려 있었다. 그러기에 콜택시 운영 단위를 광역으로 하는 내용의 교통약자법 개정으로 문제 해결하려 했지만, 중앙정부 예산 지원 제한으로 지자체 재정 부담 커지는 관계로 여전히 콜택시 운영은 지자체 재량에 사실상 달려 있다.
그래서 콜택시를 24시간 운영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평일 주간에만 콜택시 이용 가능한 지자체도 있다. 이러기에 지자체는 재정상황에 따라 장애인콜택시 서비스 제한하고, 지역에 따라 장애인 이동권이 달라진다는 소리이므로 이동권에서의 실질적 평등을 이룰 수 없다. 장애인콜택시를 타려면 상당한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적지 않은 건 과거나 현재나 비슷하다.
따라서 장애인콜택시 관련한 특별교통수단의 국비 지원 확대로 콜택시의 광역 운영이 실질적으로 가능해져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임산부 등의 이동권 보장을 기해야 할 거다. 또한, 저상버스를 대·폐차 경우만이 아닌, 시외버스, 광역버스, 고속버스 등에도 도입하고 관련 예산을 마련·집행하는 것, 건물 내 경사로 및 엘리베이터와 버스 정보에 대한 자동 음성 안내 및 표지판 설치 등의 의무화 등을 꾀해야 할 것이다.
이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 시각장애인들 등에게만 이익을 제공하는 거 같지만, 이를 통해 노인, 임산부, 아동 등의 이동권을 보장해, 이동권에 있어 장애인의 차별, 고립을 방지함은 물론 장애인뿐만이 아닌 모든 이들의 실질적 평등을 기하는 거다. 또한, 일종의 적극적 조치이며 동시에 사회의 구조적 장벽을 철폐하는 보편성이 들어가는 보편적 조치이기도 하다. 보편적 조치도 5조 4항의 차별로 간주되지 않는 구체적 조치로 일반논평에서 넓게 해석하니까.
이외에도 지적장애인에게 쉬운 정보 제공이 모든 자폐성 장애인에게 적용될 거란 것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 너무 쉬운 정보는 고인지/미등록 자폐성 장애인들에겐 ’어린아이‘ 취급하냐며 무시당하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들에겐 맥락에 따른 정보 제공이나, 감각과민을 줄이는 귀마개 등으로 감각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등이 합리적 편의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게 결국은 자폐인을 포함한 장애인 개개인의 실질적 평등으로 가는 작은 실마리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종합하면, 5조 4항에서 장애인을 포함한 소외받는 이들의 실질적 평등으로 가려면 결국엔 이런 보편성을 갖는 조치를 포함한 장애인 특화조치들이 장애인의 고립, 분리, 편견 조장, 고정관념화 또는 장애인에 대한 기타 차별 등의 영속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전제를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 전제와 원칙을 지킬 때, 결국 실질적 평등이 목표인 협약 5조의 정신을 이행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은 현실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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