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디다 칼럼니스트】“뇌병변장애가 있어요. 안전하게 운동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 질문은 저희 센터를 처음 방문하는 뇌병변장애인 회원분들이 가장 많이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막상 시작하려 하면 ‘혹시 다치면 어떡하지?’, ‘내 몸이 따라줄까?’ 하는 걱정이 앞서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합니다. 다만 뇌병변장애의 특성상 움직임의 불균형, 근 긴장도의 변화, 피로 누적, 환경 적응 속도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운동은 병을 완전히 없애는 과정이 아니라, 지금의 몸을 안전하게 활용하며 더 잘 살아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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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가 있어요. 안전하게 운동하는 방법이 있을까요?”.©이디다

1. 근 긴장도와 움직임 패턴을 먼저 이해하기

뇌병변장애는 손상 부위와 정도, 발병 시기에 따라 몸의 반응이 크게 달라집니다. 어떤 분은 근육이 쉽게 경직(Spasticity)되고, 어떤 분은 힘이 빠져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또, 하루 중 컨디션에 따라 같은 동작도 난이도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원은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이 더 뻣뻣해지고, 또 어떤 회원은 긴장하면 손발이 떨려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해집니다. 이런 특성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운동 강도와 방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 내 몸의 긴장도가 언제 높아지는지, 어떤 상황에서 힘이 빠지는지, 감각이 떨어지는 시간대가 있는지를 스스로 기록해두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는 경직이 심하지만 오후엔 풀리는 경우, 또는 빠른 동작에서 긴장도가 올라가는 경우 등이 있죠. 이런 정보를 미리 파악하면 강사도 그에 맞는 속도와 동작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 안전의 첫걸음입니다.

2. ‘균형 유지’를 모든 운동의 기준으로 삼기

 뇌병변장애인의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균형 유지입니다. 몸의 좌우 혹은 상하가 불균형한 상태로 운동을 지속하면, 특정 부위에 과부하가 걸려 통증이나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자에 앉아 팔을 들어 올리는 단순한 동작도,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목과 어깨에 불필요한 긴장이 생깁니다. 시간이 지나면 목 통증이나 척추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죠.

 그래서 운동 전에는 항상 앉은 자세와 발 지지 상태를 점검하고, 중심이 잡힌 상태에서 동작을 시작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작은 쿠션이나 보조 도구를 사용해 좌우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을 귀찮게 생각하기 쉽지만, 균형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운동은 ‘건강 쌓기’가 아니라 ‘피로 쌓기’가 됩니다. 균형은 운동의 시작이자, 부상의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3. 작은 범위부터, 천천히 시작하기

 뇌병변장애가 있을 때는 무리한 동작보다는 작고 느린 움직임이 효과적입니다. 특히 경직이 있는 경우, 빠른 속도의 운동은 근육의 긴장을 더 높여 오히려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팔 들기’ 동작도 처음에는 5cm만 들어올리고, 익숙해지면 10cm, 그다음은 15cm로 조금씩 범위를 넓혀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속도보다 호흡입니다. 숨을 내쉴 때 동작을 하고, 들이마실 때 제자리로 돌아오는 리듬을 지키면 근육이 부드럽게 반응합니다.

 또한, 오늘 잘 된 동작이 내일 똑같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뇌병변장애인의 몸은 매일 상태가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날의 몸 상태에 맞게 조절하는 유연함입니다. 운동의 성과는 ‘몇 번 했느냐’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반복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4. 강사와의 소통을 ‘운동 메뉴’에 포함하기

 모든 운동 지도자가 뇌병변장애의 특성을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몸 사용 설명서를 직접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왼쪽 팔은 움직이지만 경직이 잘 와요.”

 “앉아 있을 때 왼쪽 다리가 자꾸 미끄러져요.”

 “피곤하면 말이 느려지고, 반응이 늦어질 수 있어요.”

이처럼 구체적으로 안내하면 강사도 운동을 ‘치료’가 아니라 ‘파트너십’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운동 중 몸이 갑자기 굳어지거나 힘이 빠지는 경우를 대비해, 미리 어떻게 대처할지 합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경직이 오면 동작을 멈추고 호흡 조절 시간을 가지거나, 근육을 부드럽게 마사지한 뒤 다시 시작하는 식입니다. 이런 약속은 불필요한 불안을 줄이고, 신뢰를 높여줍니다.

5. 회복 시간을 충분히 두기

뇌병변장애가 있는 경우, 운동 후 피로가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직이나 통증은 운동 직후가 아니라 몇 시간 뒤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 계획을 세울 때는 회복 시간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 3회 1시간 운동이 버겁다면, 주 4회 30분씩 나누어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운동과 운동 사이에는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호흡 운동 같은 ‘회복용 운동’을 넣어주면 피로 누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종종 간과되는데,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면 ‘운동을 오래 하는 힘’이 아니라 ‘운동을 오래 못 하는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안전하게 오래 가려면, 휴식도 훈련의 일부입니다.

마치며

뇌병변장애가 있어도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 몸의 반응을 알고, 균형을 유지하며, 회복 시간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더 멀리 뛰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오래, 더 편하게 살아가기 위해 운동합니다.

지금의 몸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오늘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깊게 한 번 숨 쉬는 것부터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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