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공익법단체 두루, 재단법인 동천은 22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시외이동권 재판소원 사건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제출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시외·광역버스 이동권을 둘러싼 재판소원 사건의 본안심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장애인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장애인 이동권의 기본권성과 실질적인 차별 구제 필요성을 담은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면서도 장래 이용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인정되는 노선으로 구제 범위를 제한한 것은 차별로 이동하지 못한 결과를 도리어 권리구제 범위 축소의 근거로 삼은 ‘이중의 차별’이라는 것.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공익법단체 두루, 재단법인 동천은 22일 오전 10시 인권위 앞에서 ‘장애인 시외이동권 재판소원 사건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제출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시외·광역버스 이동권과 관련한 재판취소 사건(재판소원)의 본안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12년 전인 2014년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시외버스와 광역형 시내버스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휠체어 탑승 설비 제공 등 적극적 조치를 청구한 장애인 차별 구제 소송에서 비롯됐다.
2025년 서울고등법원은 장애인의 이동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며 그 내용에는 교통수단을 선택할 자유가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실제 구제 범위는 청구인의 현재 주거지·직장·가족관계 등을 기준으로 장래 이용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인정되는 7개 노선으로 제한해 해당 노선에 대해서만 휠체어 탑승 설비 제공 등의 적극적 조치를 명했다.
청구인들은 이러한 결정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올해 5월 청구인들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시외버스 및 광역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버스 이용을 배제당해 온 장애인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실질적인 구제를 거부한 사법부 판단의 헌법적 정당성을 다투기 위함이다.

'장애인 차별하는 시외 고속 버스 규탄한다' 피켓. ©에이블뉴스
이들 단체는 법원의 기존 판단은 ‘탑승 설비가 없어 이동하지 못했던 차별의 결과’를 역으로 ‘구제 범위를 제한하는 근거’로 삼는 근본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은 주거지나 직장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가족 방문, 진료, 업무, 교육, 여가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뤄짐에도 생활 관계가 바뀔 때마다 개별 노선에 대한 권리구제를 다시 요구하도록 하는 것은 장애인에게 구조적 차별의 해소를 사실상 개별 소송의 부담으로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김예지·최보윤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 등 연명 국회의원들과 장애인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출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장애인 이동권의 헌법상 기본권성 인정 ▲차별적 현실을 이유로 한 권리구제 범위 축소의 부당성 ▲시외·광역버스 접근성 보장을 위한 적극적 조치 이행이라는 핵심 쟁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적극적인 의견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22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개최된 ‘장애인 시외이동권 재판소원 사건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제출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공익법단체 두루 한상원 변호사. ©에이블뉴스
공익법단체 두루 한상원 변호사는 “법원은 장애인의 이동권이 헌법상의 기본권이라고 인정했지만, 지금까지도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시외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면서 “구조적 차별로 인해 시외 이동을 할 수 없었던 장애인들에게 개연성과 구체적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제 조치의 범위를 축소한 법원의 결정은 차별의 결과를 도리어 권리구제의 범위를 축소하는 근거로 삼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이중의 차별을 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물론 사업에 부담이 있을 수 있고 시내버스의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차별의 범위를 축소하고 구제의 범위에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차별의 규제를 언제 어떠한 순서로, 어떠한 비율로 이행할 것인지를 정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조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를 직접 조사하고 개선을 권고해 온 인권위가 ‘장애인의 이동권은 일부 노선에 한정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며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 모두와 동등하게 접근할 권리고, 그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헌법재판소에 분명히 제출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지금도 많은 장애인은 명절을 앞두고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없는 차별의 현실에 놓여있다. 인권위는 이러한 현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개연성 있고 현실성 있는 노선만 만들라고 했다는데 어떤 사람이 이동하는데 개연성과 현실성이 반드시 필요한가. 일이 있어서, 친구를 만나러, 여행을 가고 싶은데 여기에 무슨 구체이고 현실적인 이유가 필요한가”라며 “헌법재판소가 무시하지 않도록 인권위가 장애인 차별의 현실을 명확히 규정한 의견서를 제출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