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기간 동안 여러 종목의 경기장을 직접 찾았다. 장애인 선수들의 열정적인 경기와 이를 응원하는 현장의 모습 뒤편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들도 마주했다.

휠체어 이용자가 쉽게 넘기 어려운 단차와 경사, 이용하기 불편한 장애인화장실, 부족한 이동 지원과 편의시설 등 장애인 선수들이 주인공인 대회에서 오히려 장애인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들이었다.

특히 경기장 출입 과정에서 실제 선수가 넘어지는 사고를 목격하고, 여러 지역 선수들로부터 현장에서 겪은 불편과 아쉬움을 직접 들으면서 이번 대회의 모습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누군가를 탓하기 위한 지적이 아니라, 제주에서 다시 장애인 체육대회와 행사가 열릴 때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전한다.

전국의 장애인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경기 운영뿐 아니라 이동과 안전에 대한 세심한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대회다. 하지만 제주에서 열린 이번 대회 일부 경기장에서는 장애인 선수들의 안전과 이동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 드는 장면이 확인됐다. 특히 당구경기장에서는 출입구의 경사와 단차를 제대로 보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 선수의 전도사고까지 발생했다.

박스 접어 붙이고 매트로 덮은 출입구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당구 경기장 입구 경사와 단차. 쓰러진 서울 대표 이영란 선수. ©전성환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당구 경기장 입구 경사와 단차. 쓰러진 서울 대표 이영란 선수. ©전성환

당구 경기장 출입구에는 휠체어 이동에 불편을 줄 수 있는 경사와 단차가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는 이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정식 이동식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대신 단차가 있는 부분에 접은 박스를 테이프로 고정하고 그 위를 매트로 덮어놓았다. 문제는 이러한 임시조치가 오히려 바닥의 높이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 소속 이영란 선수가 이곳을 이동하던 중 뒤로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선수는 사고 이후 대회 준비 상태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작은 지방대회도 아니고 전국장애인체전인데 선수들이 이용하는 출입구를 이렇게 준비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현장의 안전관리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이 선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주최 측에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의 적절한 후속 조치가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단차 하나는 누군가에게 작은 불편일 수 있지만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전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소다. 더구나 전국의 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라면 경기장 선정과 사전점검 과정에서 출입구의 경사와 단차는 가장 기본적으로 확인했어야 할 사항이다.

식사를 위해 테이블과 의자를 직접 옮기는 풍경도

당구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의 식사 환경에서도 아쉬운 모습이 나타났다. 점심 식사는 경기장 외부에 마련된 천막 아래에서 할 수 있도록 준비됐지만 정작 테이블과 의자가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일부 선수단은 경기장 내부의 선수단별 대기 공간에 비치돼 있던 테이블과 의자를 직접 밖으로 들고 나와 식사를 하고, 식사가 끝난 뒤 다시 경기장 안으로 옮겨놓아야 했다.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선수와 관계자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직접 테이블과 의자를 옮기는 모습은 대회 준비가 얼마나 세밀하게 이뤄졌는지 되묻게 했다.

점심 식사는 경기장 외부에 마련된 천막 아래에서 할 수 있도록 준비됐지만 정작 테이블과 의자가 충분하지 않았다. ©전성환
점심 식사는 경기장 외부에 마련된 천막 아래에서 할 수 있도록 준비됐지만 정작 테이블과 의자가 충분하지 않았다. ©전성환

사고가 난 뒤에 고치는 대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고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한 선수가 넘어졌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휠체어 이용 선수들이 대거 참가할 것이 이미 예정된 대회에서 출입구의 단차와 경사를 사전에 발견하고도 적절한 시설을 갖추지 못했는지, 사고 발생 이후 선수의 상태 확인과 후속 대응은 적절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접근성과 안전은 별도의 ‘배려’가 아니다. 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특히 이번과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경기장별 장애인 이동 동선을 실제 휠체어 이용자의 관점에서 사전에 점검하고, 위험요소를 발견하면 임시방편이 아닌 안전성이 검증된 방법으로 개선해야 한다.

장애인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안전해야 비로소 경기를 시작할 수 있다. 전국장애인체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준비 역시 바로 그곳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