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휠체어 이용자의 전복 사고는 장애인의 이동을 보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게 한다. 사고 이후 필요한 것은 부상에 대한 치료만이 아니다. 파손된 휠체어를 수리하거나 교체해야 하며, 그동안 사용할 대체 기기와 이동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평소 혼자 수행하던 일상생활에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보조기기의 기능 상실은 신체적 손상과 돌봄의 증가, 외출과 노동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보조기기 정책은 기기의 보급과 함께, 사용자가 사고 이후에도 자신의 생활을 지속하고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애인 보조기기와 생활상의 위험을 보장하는 공적 보험은 국가의 사회보장 책임을 구체화하는 정책수단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보조기기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구입을 지원하면서도 사용 중 발생하는 파손과 부상, 일상생활의 중단을 개인과 가족에게 맡겨둔다면, 보급을 통해 달성하려던 자립과 사회참여의 효과도 불안정해진다. 공적 지원의 책임은 물품을 지급하는 시점을 넘어, 그 물품을 통해 가능해진 생활을 유지하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장애인이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지속성을 누구에게나 보장하는 것이 국가책임의 구체적인 내용이다.(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장애인이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지속성을 누구에게나 보장하는 것이 국가책임의 구체적인 내용이다.(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그 규범적 근거는 대한민국헌법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 제34조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국가의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 의무를 규정한다. 장애인권리협약 제20조는 장애인이 최대한 독립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며, 26조는 재활과 관련된 보조기기와 기술의 이용 가능성 및 활용을 증진하도록 규정한다. 이들 규정이 특정한 보험상품의 도입을 직접 명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조기기의 이용과 이동의 지속성을 공적 책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정책적 근거는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를 통해 장애인 보조기기의 구입을 지원해 왔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3년 건강보험의 장애인 보조기기 급여는 134,079, 932억 원이었으며, 의료급여에서는 31,415, 202억 원이 지급되었다. 이는 보조기기 지원이 이미 상당한 공적 재정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수치는 보조기기 급여 지급 건수와 금액이며, 사고보험의 가입이나 보상 실적은 아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보조기기 수리 지원은 12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약 79억 원 규모로 이루어졌다. 보급 이후의 기능 유지가 지역별 사업으로 보완되는 현실은 전국 공통의 기본 보장에 관한 논의를 요구한다.

사용 중 위험을 보장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주장은 학술연구에서도 뒷받침된다. Butler Forslund 등의 연구는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외상성 척수손상 휠체어 이용자 149명을 1년간 추적하여 약 64%가 낙상을 경험하고 약 34%가 낙상으로 부상을 입었다고 보고하였다. 특정 장애와 연구집단에 관한 결과이므로 이를 한국의 모든 휠체어 이용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휠체어 이용자의 낙상과 부상이 지속적인 예방과 보장을 필요로 하는 위험임은 확인할 수 있다.

수리 지연 역시 생활의 중단과 연결된다. Worobey 등의 연구는 수리가 필요했던 척수손상 휠체어 이용자 301명을 조사하여 수리 지연 기간의 중앙값이 14일이었다고 보고하였다. 참여자들은 집에 머물러야 하거나 예비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이 연구가 공적 보험의 효과를 직접 검증한 것은 아니지만, 보조기기의 손실을 수리비만으로 평가해서는 이용자가 겪는 피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장제도는 기기를 고치는 비용과 함께, 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동안 발생하는 생활상의 손실을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국가책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노르웨이이다. 노르웨이 노동복지청인 NAV는 보조기기센터에서 대여한 기기의 손실과 파손을 직접 처리하므로 이용자가 별도의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한다. 도난이나 분실, 우발적인 파손이 발생한 경우에는 통상 새로운 보조기기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이는 공적으로 제공된 보조기기의 사용 중 위험을 이용자의 보험 구매력에 맡기지 않고, 공적 제공체계 안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적용 대상은 NAV가 대여한 보조기기이므로 개인이 소유한 모든 물품에 대한 보상으로 확대하여 이해해서는 안 된다.

노르웨이의 책임은 손해 처리에 그치지 않는다. NAV는 긴급한 수리가 필요할 때 우선 지방자치단체에 연락하도록 하고, 통상 업무시간 외에는 평일 오후 330분부터 자정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기술자와 연결되는 긴급 수리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시간 자체가 즉시 수리나 복구 완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보조기기 고장이 업무시간 밖에서도 이용자의 안전과 생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제도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도 수리비 지원 여부와 함께, 언제 누구에게 연락하여 실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가 보장의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지속적인 공적 재정과 운영체계에 기반한다. 노르웨이 노동복지청의 2024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보조기기센터를 통한 일상생활 보조기기 지출은 약 50200만 노르웨이크로네였으며, 그해 재사용된 보조기기의 취득가액은 약 11200만 크로네였다. 전자는 해당 보조기기 사업의 지출이고 후자는 재사용 기기의 취득가액이므로, 사고보상액이나 순수한 재정 절감액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공공기관이 기기의 제공 이후 회수와 재사용까지 관리하는 체계가 상당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도출되는 정책적 함의는 수리와 교체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면 보험 재원과 더불어 기술인력, 부품, 대체 기기와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호주의 국가장애보험제도인 NDIS는 보조기기의 사용 지속성을 개인별 지원계획과 연결하는 사례이다. NDIS의 긴급 수리 안내는 기기가 작동하지 않고 대체 지원을 이용할 수 없어 안전이나 안녕이 위협받는 상황을 긴급 수리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대상 기능에는 이동과 자세 유지뿐 아니라 의사소통과 샤워 등 일상생활 활동도 포함된다. 유효한 NDIS 계획과 해당 보조기기 지원을 받는 참여자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임대 기기는 통상 임대 제공자가 수리를 담당한다. 이처럼 제도는 물품의 종류와 함께, 고장으로 인해 중단되는 생활 기능을 기준으로 긴급성을 판단한다.

같은 안내는 긴급 수리 요건을 충족하지만 가용 예산이 부족한 경우 지원계획에 재원을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락센터 운영시간 밖에서 안전상의 위험이 발생하고 대체 지원을 이용할 수 없다면, 수리나 기기 임대를 먼저 마련한 뒤 다음 영업일에 추가 재원과 청구 승인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제시한다. 자연재해로 보조기기가 파손된 경우에도 긴급 수리로 다루고, 보다 영구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대체 기기를 임대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는 재난 대응과 장애인의 일상 유지가 별개의 정책영역으로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절차는 요건과 심사를 전제로 하며 모든 선지출을 자동 보상한다는 뜻은 아니다.

호주는 보조기기 지원의 이용 양상을 국가 통계로 점검한다는 점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호주 보건복지연구원 AIHW가 공개한 지표에 따르면 20263월 말 기준 1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