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휠체어 탄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버스정류장 현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 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 등이 버스정류장 접근이 어려워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끝에, 법원이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같은 시각장애를 가지더라도 지역에 따라 차별을 달리 판단했으며, 휠체어 탄 지체·뇌병변장애인들의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이에 장애인단체는 "이해할 수 없는 소극적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모든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재차 외쳤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는 15일 지체장애인 김동림 씨 등 5명이 서울특별시 등 8곳 지자체를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에 대해 서울시·서울시 중구·광주광역시·광주광역시 북구에는 버스정류장 일부 장애인 편의시설을 정비하라고 명한 반면, 서울시 종로구·중구·경기도 김포시 등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앞서 2023년 4월 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 김동림 씨를 포함한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5명은 자주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이 ▲점자블록 등 유도 안내시설 미설치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 및 음성안내 미제공 ▲휠체어 진출입 또는 회전 등 불가능 등의 이유로 이용이 불편하다며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각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법원에 "보편적인 대중교통서비스라고 이야기하면서 장애인을 배제하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가 장애인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심각한 차별행위"라며 버스정류장 접근과 이용에 있어 구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소송대리인단인 김진영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왼).ⓒ에이블뉴스
재판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송대리인단인 김진영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피고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법령상 의무가 없다거나, 원고들의 이용상 불편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거나 현실적으로 개선이 어렵다는 식의 항변을 내놨고, 서로 책임을 미루기까지 했다. 재판부 또한 화해 권고나 조정을 권하는 태도를 보여놨는데 끝내 소극적 판결을 내렸다"면서 "같은 시각장애를 가지더라도 일부는 받아들이고 다른 시각장애인들의 청구는 인정하지 않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으며, 휠체어 탄 장애인이 버스정류장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없음에도 개선을 전혀 명하지 않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상황을 개선 시정을 명해야 할 법원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원고들은 개인 일상에 있어 모든 생활을 제한당해왔다.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 기댈 곳은 법원의 공정한 판결밖에 없음에도 법원은 원고들의 곁에 서지 않았다. 원고들은 버스로만 접근이 가능한 곳은 포기하고 지하철이나 언제 올지 모르는 장애인콜택시에 모든 일상을 걸어야 한다. 버스정류장이 장애인, 유모차 이용자, 노인에게 모두 열려있는 공간인지 묻고 싶다"면서 "일부 패소 부분은 항소를 통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판단을 받아보려 한다"면서 추후 항소 계획을 밝혔다.
이 사건 원고이자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인 최영은 씨는 "현재 버스정류장은 휠체어 탄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아 안전하지 않은 위치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버스에 탑승하려면 휠체어 리프트가 내려와야 하는데 주변에 나무, 가로등, 단차 등으로 탑승 위치를 찾느라 기사님이 여러 번 차량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 과정은 저뿐만 아니라 기사님, 다른 승객들에게도 부담이 된다"면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도 "판결이 절대 만족스럽지 않다. 어떤 부분은 승소하고 어떤 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로 원고에게 참으라는 수준으로 판결했다.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장애인의 이동권이 한발이라도 나아갈 수 있도록 판결에 저항하고 싸우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이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버스정류장 장애인 이동권 차별구제소송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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