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영아 칼럼니스트】발달장애인 A씨(52세)는 어머니와 함께 살며 복지관 평생교육과정에 다니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어머니가 쓰러져 요양병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평소 A씨의 의식주와 금전관리 모두 어머니가 도맡았기에 A씨의 일상은 엉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때마침 A씨의 생활을 돕겠다며 외삼촌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부터 A씨의 장애인연금 수급 통장에서 현금인출이 잦아졌고, A씨의 집에는 제대로 된 반찬도 난방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복지관 담당자는 A씨의 변화를 느끼고, 신고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A씨가 겪은 상황은 신체적 폭행처럼 눈에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착취, 방임, 통제 방식으로 이루어진 명백한 학대이다. 

2024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학대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학대신고는 6.031건이며 이 중 최종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1,449건이다. 이 중 발달장애인이 1,030건으로 무려 71.1%를 차지하고 있다. 학대유형으로는 신체적 학대가 33.6%로 가장 높지만 경제적 착취도 18.6%로 높은 비중이다. 여기에 더 불길한 지점은 학대의 반복이다. 전체 장애인 학대 중 재학대는 189건으로 13%이며 이 중 84.7%가 발달장애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끊어내지 못한 학대가 다른 형태로 반복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또 하나의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장애인구의 고령화와 중장년기 이상 발달장애인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년기 발달장애인들이 고령층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실제 현장에서 확인 가능한 인구학적 현상이다. 발달장애인은 전체 장애인 중 21.1% (2024년 보건복지부 통계) 이며, 점차 증가하고 있기에 향후 고령발달장애인의 증가는 쉽게 예측 가능하다.  

그렇다면 고령화와 학대의 연관성은 무엇일까? 고령화는 학대 위험도의 상승과 맞물려있다. 고령화와 학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통계, 데이터는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관계망이 줄어들고, 건강이 약해지며, 중요한 결정과 선택을 타인에게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착취, 방임, 정서적 학대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비장애인들도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되는데, 발달장애인들의 위험도는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특히, 65세 이상 장애인의 39.4%가 독거생활 중이며, 사회적 고립도(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없는 비율)가 26.3%로 비장애인 보다 높다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조사결과는 이 같은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립은 방임이 행해지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착취를 대신 도와주며, 처리해준 것 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게 만든다. 앞서 A씨의 사례처럼 소리 없이, 조용한 학대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 발달장애인들과 노후준비, 부모사후 준비에 대한 교육을 하다보면 많은 당사자들이 학대,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한다. 부모님 없이 혼자 살다 이런 일을 당하면 어디에 도움을 구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이 그림자처럼 따라오곤 한다.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노후준비에는 ‘학대예방’ 조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제도와 선의에 기반한 돌봄을 넘어 다음과 같은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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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노후준비계획에 포함된 안전, 위기대응 질문. ©김영아

첫째, 중고령발달장애인 서비스에 확대위험신호 점검이 포함되어야 한다. 현재 거주시설을 중심으로 인권침해예방, 학대의무신고 등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재가장애인 특히 독거장애인의 학대관련 점검은 전무하다. 소득변화, 통장관리나 대리서명 경험유무, 갑작스러운 연락두절, 외출감소 등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서비스 기관에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노년기 생활관련 의사결정지원, 쉬운정보 제공이 확대되어야 한다. 노년기로 갈수록 의료, 재정, 주거 관련 중대한 결정은 늘어나고 의사결정능력은 감소한다. 이 틈을 노려 ‘대신 해주겠다’ 는 존재가 나타나고 당사자의 권한은 줄어드는 가운데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류, 돈, 건강 관련 다양한 절차에서 쉬운정보 제공, 의사결정지원, 동행인 지원, 검증 가능한 본인동의절차 등이 정교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이는 발달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어르신 전반에게 필요한 지원이므로 특정인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셋째, 학대 후속조치 후 재학대 예방을 위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장애인학대 통계에서 재학대 13%, 이중 84.7%가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은 학대 후속조치가 깊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당장의 분리조치 이거나 단발성 개입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학대피해 이후 지역 내 추가 관계망 확보, 감시망 확대를 통해 재학대를 차단하는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의 노후는 돌봄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리와 안전, 관계의 문제다. 고령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학대를 나쁜 사람의 개인적 문제로 남겨둘 것인가, 예방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꿀 것인가. 숫자는 이미 경고하고 있다. 이제는 설계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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