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시내 칼럼니스트】 2026년 정부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분명히 달라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와 아이돌봄 서비스 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지원 확대는 이미 2026년도 정책 방향으로 공식화되었고, 관련 제도 개선 내용 역시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의 헌신이나 가족의 책임에만 맡겨둘 수 없는 영역이며, 국가가 제도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회적 노동이라는 인식이 정책 언어 속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2026년 장기요양보험 제도 개선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요양보호사 등 돌봄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장기근속장려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동일 기관에서 3년 이상 근속한 경우에만 지급되던 장려금을, 2026년부터는 1년 이상 근속자에게도 적용해 지급 대상 비율을 크게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요양보호사의 고용 안정성과 노동의 지속성을 정책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로 읽힌다.

ChatGPT 이미지 생성. ©김시내
아이돌봄 서비스 역시 같은 흐름 안에 있다. 정부와 관계 부처는 아이돌봄 서비스의 지원 대상 확대와 기준 완화를 2026년도 정책 과제로 제시하며, 돌봄 공백을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아이를 돌보는 노동을 사적인 영역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공적 서비스로 재구성하겠다는 의지가 정책적으로 확인된다.

ChatGPT 이미지 생성. ©김시내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유독 한 영역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장애인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떠받치고 있는 활동지원사 정책이다.
2026년 장애인 정책 보도자료에는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자 확대와 시간당 단가 인상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서비스 이용 대상자는 늘어나고 단가 역시 조정된다. 하지만 이 변화는 주로 ‘서비스 규모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활동지원사의 노동조건과 처우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향은 상대적으로 분명하지 않다.

ChatGPT 이미지 생성. ©김시내
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의 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다. 이동과 식사, 의사소통, 학업과 노동, 지역사회 참여까지 장애인의 일상 전반을 이들이 함께 걸어주기에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활동지원사의 처우는 여전히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구조에 머물러 있고, 그 결과 숙련된 활동지원사가 현장을 떠나는 일은 반복된다. 그 여파는 곧바로 장애인의 일상에 전달된다.
활동지원사가 바뀔 때마다 이동과 외출, 식사와 휴식, 학업과 일의 리듬이 다시 흔들리고, 장애인은 자신의 몸과 생활 방식을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놓인다. 숙련된 활동지원사가 현장을 떠날 때마다 장애인은 하루의 동선과 생활 계획을 다시 조정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외출이나 사회활동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일도 적지 않다.
여기에 더해 활동지원사 제도는 경력과 전문성을 거의 구분하지 않는다. 이제 막 활동지원을 시작한 선생님과 5년⋅10년⋅20년의 오랜 시간 동안 장애인의 삶을 함께해 온 선생님의 처우는 사실상 동일하다. 한 명의 서비스 당사자를 오랜 시간 지원해 오며 축적된 경험과 숙련은 제도 안에서 거의 평가되지 않는다. 이는 돌봄 노동을 전문성이 축적되는 노동이 아니라, 언제든 대체 가능한 업무로 인식해 온 구조와 맞닿아 있다.
교육 체계 역시 문제다. 한 명의 활동지원사가 동일한 서비스 당사자를 지원하면서 두 개 이상의 제공기관을 통해 일할 경우, 실제 현장에서는 동일하거나 교차되는 내용의 교육과 서류를 각 기관에서 반복해서 이수해야 한다. 당사자의 안전이나 서비스 질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행정 중심 교육까지 중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활동지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라기보다, 기관 운영을 위한 형식적 절차에 가깝다.

ChatGPT 이미지 생성. ©김시내
요양보호사와 아이돌봄 종사자가 국가자격증을 통해 일정 수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것과 비교하면, 활동지원사 제도의 불균형은 더욱 분명해진다. 요양보호사와 아이돌봄 종사자는 국가자격 시험과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거쳐 배출된다. 반면 활동지원사는 시험 제도조차 없이, 일정 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장애인의 일상 전반을 책임지는 핵심 돌봄 노동임에도, 그 전문성과 숙련이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활동지원사는 숙련을 쌓아도 처우가 달라지지 않고, 경력을 이어갈 유인 역시 약하다. 그 결과 숙련된 활동지원사가 현장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그 불안정성은 다시 장애인의 삶으로 되돌아온다. 이는 개인의 성실성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활동지원 노동을 ‘전문 돌봄’이 아닌 ‘대체 가능한 서비스’로 취급해 온 정책 구조의 문제다.
요양보호사와 아이돌봄 종사자의 처우 개선이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왜 장애인의 일상을 지탱하는 활동지원사는 여전히 그 기준의 바깥에 머물러 있는가? 활동지원사 처우 개선은 특정 직군에 대한 특혜를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다. 같은 돌봄 노동이라면,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상식의 문제다.
이미 2026년도 정책 방향이 제시된 지금, 돌봄의 공공성과 국가 책임을 말하는 사회라면 이 질문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을 것이다. 활동지원사의 처우를 통해 우리는 어떤 돌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그리고 누구의 일상이 정책의 중심에 놓여 있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 질문은 결국 2026년 돌봄 정책이 어떤 기준 위에 서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2026년 돌봄 정책에서 필요한 전환은 무엇일까? 해답은 거창하지 않다. 요양보호사와 아이돌봄 종사자에게 적용되고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활동지원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경력에 따라 교육 수준이 달라지고, 중복 교육은 조정되며, 일정 수준의 자격과 숙련이 제도적으로 인정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
이는 새로운 특혜를 요구하는 일이 아니라 같은 돌봄 노동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자는 상식의 문제다. 활동지원사의 처우 개선은 곧 장애인의 일상을 안정시키는 정책이며, 돌봄을 말하는 사회가 누구의 삶을 중심에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2026년 돌봄 정책이 진정으로 공공성을 말하려 한다면, 이제 활동지원사를 예외로 남겨두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