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권명길 칼럼니스트】중증장애인 취업에 대한 논의는 늘 숫자와 제도로 시작된다. 고용률, 의무고용, 장려금, 부담금.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중증장애인이 마주하는 것은 통계표가 아니라 사람의 시선과 태도다. 나는 그 사실을 한 번의 취업 시도를 통해 뼈아프게 경험했다.
■ "장애인 당사자가 하면 좋겠다"는 말에서 시작된 일
지인의 권유로 단기 일자리를 추천받은 적이 있다. 약 3개월간 점자블록 설치 유무와 상태를 조사하는 일이었다. “장애인 당사자가 포함되면 좋을 것 같아서 추천해도 될까?” 라는 말에 나는 수락했다. 평소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활동을 하며 점자블록 설치 기준을 찾아보고 관련 권익옹호 활동을 해왔기에 이 일은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담당자는 “일할 사람을 빨리 구해야 한다”며 이력서를 가지고 사무실로 방문해 달라고 했다.
■ 면접은 시작되지 않았다
약속한 시간에 사무실에 도착했지만 취업 담당자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 사무실에 있던 한 사람이 “담당자가 바빠서 못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무슨 일로 왔는지 물었고... 나는 점자블록 조사원 지원을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 순간, 그의 시선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갔다. 이어진 말들은 이랬다. “몸도 불편한데 할 수 있겠어요?”, “일반인도 하기 힘든 일이에요.”, “이렇게 불편한데 어떻게 하겠어요?” 면접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업무에 대한 질문도, 경험에 대한 확인도 없었다. 그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이미 탈락한 상태였다.
■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담당자가 면접을 보고 “이 일은 어렵겠다”고 판단했다면, 나는 그 결과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탈락이 아니라 존중의 부재였다. 나는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능력을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 사람은 이후 자신이 사무실 대표라고 밝혔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이 구조 안에서는 누가 와도 같은 일을 겪겠다는 것을.
■ 출입구에서 끝난 취업 시도
그날, 나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나의 ‘면접’은 출입구에서 “몸이 불편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듣다가 끝났다. 그 이후 한동안 나는 다시 일할 마음을 내기 어려웠다. 내 능력보다 내 장애가 더 크게 보이는 사회가 너무 속상했기 때문이다.
■ 중증장애인 취업의 진짜 장벽
중증장애인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의지 부족이나 능력 부족이 아니다. 직무를 보기 전에 장애를 먼저 평가하고 가능성을 검증하기 전에 결론을 내리고 ‘배려’라는 말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태도... 이런 환경에서 중증장애인의 취업은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멈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리한 배려도, 형식적인 채용도 아니다. 그저 사람으로 존중받으며, 할 수 있는 일을 할 기회다.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중증장애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사회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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