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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애인복지법 바꾸는 것까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 작성일: 중구나눔

[인터뷰] 장애인복지법 바꾸는 것까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계가 염원하던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됐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들을 법률로 규정하고, 권리보장을 위한 전달체계를 다룬 이 법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철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독자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이에 비마이너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의 내용을 작성하고, 제정을 위해 활동해왔던 김기룡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위원장을 만났다. 그리고 제정된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의의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물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제정은 시작일까, 아니면 끝일까. 이번 인터뷰 기사는 총 세 편으로 나누어 발행된다. 1편에서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갖는 의미와 성과를, 2편에서는 제정된 법의 한계와 후속과제를, 3편에서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따라 전부개정이 필요한 장애인복지법을 다룬다.

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차별 철폐 위한 중요한 도구 
②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됐다고 끝 아냐… 빠진 내용 많아 
③ 장애인복지법 바꾸는 것까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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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 중인 김기룡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위원장. 사진 이재민 

지난 2025년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 중인 김기룡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위원장. 사진 이재민
「장애인권리보장법」 시행이 2028년으로 예정된 가운데, 그동안 장애 관련 법률의 기본법 역할을 해온 「장애인복지법」 개편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28일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제안 이유에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 권리 중심의 국제적 흐름과 장애등급제 폐지, 지역사회 자립생활 등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고, 장애 관련 법률 전반의 체계성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기본법’으로 제정되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복지법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설계됐던 다른 장애 관련 법률들 역시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취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 특히 일각에선 기본법의 역할을 수행하며 방대해진 장애인복지법을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하고, 관련 내용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처음 논의될 때부터 법안 작성에 참여했던 김기룡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위원장은 “원래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인복지법 개정과 함께 가는) 세트 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주는 게 아니라, 장애를 이유로 조치가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 개편 필요

김 위원장이 이처럼 주장하는 이유는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복지법이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과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는다. 다만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를 “사회의 문화적·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 등의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정신적 특성 등 개인적 요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일상생활 또는 사회참여에 제약이 있는 상태”로 명시하고, 이러한 상태에 놓인 사람을 장애인으로 정의한다. 즉,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가 개인의 기능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으로 발생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된 이상 이러한 변화에 맞춰 장애인복지법의 장애 개념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설계된 서비스 제공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예를 들어 의학적으로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주는 게 아니라, 장애로 인해 사회적 조치가 필요한 사람을 서비스 이용자로 정하고, 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지원해 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으로 장애인 서비스 체계를 완전히 바꾸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던 것과 같이, 장애인복지법을 폐기하고 ‘장애서비스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등록제 폐지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이는 필연적으로 장애인등록제 폐지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애인을 먼저 규정하고 그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시민 누구든 장애를 경험하면 그에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연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장애 범주는 사회적 장애 개념으로,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렇게 되면 이제 국가가 ‘너는 장애인이야, 너는 장애인이 아니야’처럼 판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특히 교육현장을 예로 들며 “느린학습자나 ADHD 아동들도 학교생활을 하면서 교육에서 장애를 경험한다. 수업에 참여할 수 없고, 선생님의 설명을 못 알아듣는다. 사회적 장애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특수교육 대상자라고 한다”며, 모든 서비스가 그렇게 개편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장애인등록제가 없어지면 장애인이 누군지를 정의해야만 그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는 다른 장애 관련법에서 문제가 될 수는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특수교육법에 ‘특수교육 대상자’라는 개념이 있는 것처럼 개별법에서 융통성 있게 개념을 사용하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서비스는 필요한 만큼 신청하고, 한 번에 심의·연결

김 위원장은 장애인복지법 개정 시, 장애 서비스 전달체계도 반드시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장애인이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신청하면, 필요한 만큼 줄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고, 서비스 제공에 대한 판정은 국가가 일률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 담당자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여러 창구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장애인 통합 서비스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를 통해 장애인은 한 번에 서비스를 신청하고, 담당 공무원은 이를 원스톱으로 심의해 적절한 서비스 제공기관과 연결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장애등급, 장애정도, 소득수준, 서비스 이용 인정조사표처럼 일괄적으로 점수를 부여해 자격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들이 필요한 서비스의 종류와 양을 신청하면 각 지역 서비스센터 담당 공무원이 판단한다. 만약 당사자가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이의신청할 수 있는 다양한 절차를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그 과정에서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일탈이나 도덕적 문제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계속 보완해 나가면 되는 것”이라며 “장애인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그걸 국가가 일률적으로 기준을 정해놓고 지원하는 것은 너무 공급자 중심의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서비스 축소 우려도… ‘서비스 필요도 중심’이 세계적 추세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방향으로 법이 개편될 경우 일부의 반발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렇게 바뀌면 장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서비스를 제공받는 게 아니라, 서비스 필요도를 기준으로 지원 대상 여부와 지원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예로 김 위원장은 “ 현재는 장애인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두 전기요금이나 휴대폰 요금 등을 할인해 주고 있다”며 “하지만 이렇게 내용이 바뀌면 (장애등급제 폐지 전) 5, 6급 장애인들은 서비스 이용자로 판정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장애인등록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었던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받지 못하게 될 경우,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것도 방법이 있다”며 “기존에 서비스를 받던 분들은 그대로 인정해 주고, 신규로 들어오는 사람 가운데, 서비스가 필요 없는 사람은 (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애로 인해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지원해 주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할인·감면 제도는 노인 할인 제도도 있고 해서 그런 것들과 통합돼, 굳이 어떤 장애로 특정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지원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며, 장애 관련 서비스도 보편적 서비스와 장애에 특화된 서비스로 구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